<최동철 전주보훈지청 보혼과장> 순국선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최동철 전주보훈지청 보혼과장> 순국선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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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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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나타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땅불리스 돈불리주’라고 비꼰 패러디가 인터넷에 떠다녔는데 당시 정부의 종부세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고 풍자한 것이었다. 최근에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정책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 부자감세’ 하며 정·재·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데 과연 무엇이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에 이로운건지 혼란스럽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한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이 참전하여 2,000여 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여왕의 둘째아들인 앤드류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으며, 영국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26)가 아프카니스탄에서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6?25전쟁에서는 당시 미8군 사령관 벤플리트의 아들과 중국 모택동 국가주석의 아들이 참전하여 전사했고,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육군소령으로 참전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는가? 사회지도층의 병역비리와 부정부패 등으로 ‘오블리주 없는 노블레스’, 즉 의무를 잃어버린 일부 상류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분들이 많다.

최근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인식이 높아져 기부활동 등을 통한 사회적 환원이 늘어나고 있다. 경주 최부자의 전 재산 기부를 비롯해 유한양행 유일한박사의 205억원, 한의학박사 1호 류근철박사의 578억원, 영화인 신영균씨의 500여억원 그리고 김장훈?문근영?박상민 등 연예인들의 기부를 포함해 그 책임을 이행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일제에 빼앗긴 조국을 되찾고 민족을 지키기 위해 재산 기부는 물론 목숨까지 바친 순국선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올해로 순국 78주년이 되는 우당 이회영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전 재산을 처분한 뒤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을 하였다. 당시 처분재산은 요즘 가치로 600억원에 이르는 거금이었으며, 우당은 이 돈으로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여 김좌진·홍범도·이청천 등 독립군 간부 3,500여명을 양성하였다. 1932년 11월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 끝에 옥사한 그는 명문가로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로운 독립투사였다.

청산리대첩을 이끌고 41세의 젊은 나이에 순국한 백야 김좌진장군은 17세 때 노비문서를 불태워 노비를 해방시켰으며, 수십만 평에 이르는 가산을 노비들에게 나눠주고 자유인으로서 조국독립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 민족의 선각자였다.

오는 11월 17일은 71회째를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을미사변이 일어난 해인 1895년부터 1945년까지 50년 동안 조국광복을 위해 투쟁하다 목숨을 잃으신 순국선열이 3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회영·김좌진을 비롯해 유관순·이봉창·이준열사, 안중근·윤봉길·백정기의사, 청포도시인 이육사 등이 그 분들이다. 정부는 이날을 기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기념식을 개최하고 독립유공자 포상 및 학술회의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한다.

우리는 이날을 얼마나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가? ‘순국선열의 날’도 잘 기억 못하는데 ‘순국선열의 노래’는 더 모를 것 같다. 이날만이라도 일제와 맞서 싸워 장렬히 순국한 선열들의 모습을 가슴으로 그리며 선열의 노래를 목청 높여 불러보자. “온 겨례 나라 잃고 어둠속 헤매일 때 자신을 불살라서 횃불마냥 밝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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