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편중, ‘교육과정 개정’시행 즉각 중단해야
국·영·수 편중, ‘교육과정 개정’시행 즉각 중단해야
  • 노병섭
  • 승인 2010.10.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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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 입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사교육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대입 자율화 정책’은 부와 정보로부터 소외된 대다수 국민들에게 엄청난 사교육비와 자괴감을 안겨준 ‘불공정한 게임’일 뿐이다. 고려대 입시부정 판결은 우리 사회의, 교육 현장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나라의 각종 국제 교육 지표는 우리 교육 현장의 참담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교사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는 최하위 수준이다. 중등 교원법정정원 확보율은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단에선 넘쳐나는 잡무와 수업시수로 교사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거리에선 교단에 서지 못한 예비교사들의 피맺힌 절규가 가득하다. 졸업 후 전망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벅찬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학생들은 밤늦도록 교실에 있거나 학원가를 맴돌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와 교과부는 단 한 명의 교사라도 현장에 더 배치할 계획보다는 교육과정 개정이요, 수능 개편이요 하며 국민적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진 한가한 소리만을 하고 있다.

현재 교과부는 수능 개편을 통해 수험생의 과도한 수능 부담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국·영·수 수준별 시험 실시, 탐구영역 시험 과목 축소, 제2외국어/한문 수능 제외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과 부의 대물림 구조인 서열화된 학벌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살인적인 입시 경쟁 체제 하에서 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수능 개편안은 수험생의 국·영·수 과목 시험 준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고 그에 따른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주요 교과목 위주의 학교 수업으로 인해 중등 교육과정은 더욱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다.

교과부는 또한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점수 위주의 학생 선발이 개선됨에 따라 수능을 간소화하고 그 비중을 줄여야 한다며 이번 수능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는 공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제도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확대 추진으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특목고를 위한 입시제도, 서울 강남지역을 위한 입시제도라는 국민적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방침대로 대학 입시 완전 자율화가 이루어지면 입학사정관제는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부금 입학 도입의 합법적 창구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고려대 부정입학 판결 사례에서 우리는 그 불길한 징조를 확인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이 제도의 확대는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불공정성’을 더한 입시 제도를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교과부는 수능 개편이 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반영하여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참으로 기막힌 논리를 펴고 있다. 2009개정 교육과정은 이미 교육과정 정상화에 역행하는 정책임이 드러났다. 전인교육은 사라지고 오로지 입시위주의 국·영·수 편식 수업만이 이루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로 인해 중등의 경우 과목별 교사 수급의 불균형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전국 중학교의 교육과정 편성표를 분석해 본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국·영·수 수업시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무엇이 두려운지 교과부는 전국의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표 2차보고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1학년도 학교 현장에는 3가지 교육과정이 뒤섞여 교사조차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의 일부 학년은 교과서 없이 수업을 진행해야 할 형편이다. 잘못된 정책에 입시 제도를 꿰맞춘 작금의 수능 개편안 역시 국·영·수 중심의 입시제도이다. 그렇기에 사교육비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2009개정 교육과정, 그리고 수능 개편안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교육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며, 특히 고교 교육은 대학 입시 전형 제도에 완벽히 종속될 것이다.

입시제도 개선 방안 논의는 공교육 정상화는 물론, 학벌 위주 사회 구조 속에서 체질화된 채용과 임금 차별을 폐지하는 등 사회 개혁의 방향에서 그 출구를 찾아야 한다. 당장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차별 없는 입시제도 개선 방안 마련과 더불어 잦은 입시제도 변경으로 인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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