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자
농지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자
  • 왕태형
  • 승인 2010.10.1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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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아 높푸르게 보이고 온갖 곡식이 익어가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올 여름이 유난히 길어서 일까? 맞이하는 계절이 고맙기까지 하다. 무더위와 태풍, 집중호우 등 많은 역경을 이겨낸 곡식들이 황금빛을 발산하여 풍성함이 더해지면서 이를 거두려는 농부의 몸짓이 활기가 넘치는 듯하다. 하지만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의 주름살이 농부의 고단함을 대신하고, 시골장터에 쪼그리고 앉자 농산물을 팔고 있는 늙은 아낙네의 근심어린 눈빛이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청춘을 바쳐 농사를 짓고, 자녀를 키우며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땅과 함께 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농사가 버거워지면서 애지중지(愛之重之)키웠던 아들을 애타게 기다려 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이 되어야 고작 얼굴만 내민 지 오래다 보니 외로움만 깊어간다.



고령농업인의 노후를 보장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34%를 넘어서 3명중 1명이 고령농업인이다. 더구나 증가추세마저 멈추지 않고 도리어 급속도로 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화되어 대안마련도 어렵게 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은퇴를 하면 연금을 통해 여가생활을 즐기고 소일거리를 하면서 편한 삶을 누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지만, 농촌은 생계를 위해 편안해야 할 노후를 포기하고 구부러진 허리를 혹사시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연금이나 현금 등 노후소득 보장대책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영농을 중단하면 여유로운 노년 생활은커녕 당장 생계가 막막해 논밭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은 고령농업인 뿐 아니라 중장년층 농업인도 마찬가지여서 농업인들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고령에도 농사짓는 일이 계속되고, 도저히 거동을 못하게 되서야 영농을 은퇴하다 보니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적 투자를 가로막아 소득의 정체로 이어지고 젊고 능력 있는 농촌인력 양성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내년에는 한·미 FTA 체결 등 농산물시장 개방이 확대될 것이 예상되면서 고령농업인의 노후생활 안정은 더 힘겨워 질 수 밖에 없다. 딜레마에 빠진 농촌에 선순환의 고리역할을 해 줄 대안마련이 시급하며, 그들이 소외받지 않고 편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농지연금제도의 시작

2007년부터 주택 역모기지론이 시행되고 있지만 담보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 농촌지역에서는 큰 실효성을 보지 못했다. 이보다는 자산 비중이 높은 농지를 매개체로 한 새로운 형태의 연금제도가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내년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농지연금』을 통해 고령농업인의 노후생활을 돕게 된다. 65세 이상의 고령농업인이 보유한 농지를 한국농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맡겨 농지를 담보로 노후생활 안정자금을 매월 연금형식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농업인이 원하는 대로 농지사용(자경이나 임대)도 가능해 연금소득과는 별도로 임대소득도 올 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70세 농업인이 2억원 상당의 논을 담보로 농지연금에 가입했을 경우를 가정해 보면 연금액으로 매월 76만원을 지급받게 되고, 이와 별개로 농지를 임대를 할 경우 평균 월 45만원의 임대 수입도 발생하게 된다. 어려운 농촌에 희망을 주는 안전장치가 만들어져 기대가 크지만, 처음 시도하는 정책인 만큼 시행착오(試行錯誤)도 예상된다. 농어촌공사는 농촌의 특수성과 농지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잘 조화시켜 농지연금을 운영해야 한다. 금융기관에서 운영하는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생각하여 이익만을 추구하려 한다면 실의에 빠진 농업·농촌은 더 깊은 나락(奈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FTA 등 농업개방화와 농촌고령화문제를 실효성 있게 해결할 수 있는 농촌복지차원에서 접근해 주기를 바란다. 농촌은 어느 국가·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자 튼튼한 뿌리였다. 따라서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농촌이 잘 살아야만 가능하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식량자급을 완성한 고령농업인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다. 그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애정 어린 관심과 복지지원은 당연한 것이다.

농지연금이 세찬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농촌을 만들고, 고령농업인이 근심 없이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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