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의 경제학
기상이변의 경제학
  • 김동열
  • 승인 2010.10.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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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파동으로 김치 가격이 급등하여 한포기에 3천5백 원이나 한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2010년 10월4일 현재에 비하면 참 한가한 얘기다. 얼마 전만 해도 배추 한포기에 3천 원 정도면 살 수 있었는데, 최근 한포기 사려면 만 원짜리 한 장이 있어야 할 정도로 급등해 버렸다. 이와 같은 배추 가격의 급등은 서민들 밥상에서 배추김치를 구경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식당의 음식 값과 경제 전체의 소비자물가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남의 탓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환경파괴가 지구의 기후를 변하게 만들고, 이러한 기후변화는 이상고온과 폭우, 폭염 등 기상이변을 초래했으며, 이와 같은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은 배추를 비롯한 신선채소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그리고,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확대되면서 일상화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폭설과 이상 한파, 3월과 4월에는 이상저온 현상, 6월부터 8월까지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으며, 지난 9월22일 추석 연휴에는 시간당 100미리 안팎의 집중호우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1만1천여 가구가 침수되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서 향후 이와 같은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다. 지난 100년간 국내 기온상승은 지구평균(0.74℃)의 2~3배를 상회하고 있고 해수면상승 속도도 지구평균(매년 1.8mm)보다 빨라,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매우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사람의 정상체온은 36.5℃에서 37.5℃이다. 이 범위에서 벗어나 1℃만 더 올라가도 사람은 고열에 시달리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야 한다. 사람과 지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파괴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상이변은 경제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김치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의 급등과 인명 피해, 재산 손실은 물론 산업 피해, 질병 증가, 위험회피를 위한 보험가입의 급증 등 다양한 부작용과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먼저, 기상이변에 따른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재해당 사망자 수가 1990년대 7.6명에서 2000년대 17.5명으로 늘었으며, 재해로 인한 피해액도 1990년대 6.3조원에서 2000년대 19조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둘째, 기상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신선채소 물가지수가 2010년4월 전년동월비 28.9% 급등한 후 6,7,8월 3개월 연속 전년동월비 20%이상 증가하여 물가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셋째, 기상이변은 건설업이나 물류업, 유통업 등 기상상태에 민감한 산업의 생산과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재난관리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중소기업의 피해액이 연간 약1,200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 기상이변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는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넷째, 기상이변은 질병의 증가를 통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말라리아의 국내 감염환자 비율이 1993년 33.3%에서 2009년 98.1%로 증가했으며, 발병환자수도 1995년 139명에서 2009년 1,345명으로 최근 10년간 크게 증가했다. 또한, 농작물 재해보험과 풍수해보험 등 기상이변 관련 보험료와 보험계약이 증가함에 따라 위험회피 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풍수해보험의 계약건수는 2006년 1만7천 건에 불과했으나, 2009년 34만9천 건으로 급증했으며 보험료도 각각 6억 원에서 81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와 같이 빈번해지고 일상화되는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국가차원의 재해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

첫째, 지역사회의 재해 대처능력 강화를 위해 배수시설, 도로, 교량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기상이변에 대한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배수시설 등 수해방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둘째, 정확한 기상예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010년도의 기상 관련 R&D 예산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우리나라의 21배, 일본은 2.3배 많다. 기상용 슈퍼컴퓨터도 우리는 2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은 16대, 미국 277대에 달한다. 셋째, 기후변화의 진행에 따라 시설물의 안전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강풍과 폭우, 폭염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량, 건물, 주택 등 시설물의 준공허가 및 개보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기후중립적 농법의 개발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수확의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후중립적인 농법의 개발과 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와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다섯째, 기상이변에 대한 적응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전염병 예방대책의 수립이다. 신종플루와 같은 신종 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백신의 개발과 확보, 효율적인 방역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상이변이 초래한 긍정적인 측면의 사업기회인 기상정보 관련 민간 서비스업과 보험업 등 신종비즈니스를 육성해야 한다. 최근 제정된 기상산업진흥법을 통해 기상관련 정보서비스업을 육성하고, 기상재해 관련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등 뉴비즈니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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