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대곤 단편소설> 개소리3
<라대곤 단편소설> 개소리3
  • 김은희
  • 승인 2010.10.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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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룬 것이다. 정말 반가웠다. 까만 두 눈동자, 하얀 털, 앙증맞은 두 다리, 어디 한군데 나무랄 것 없는 귀여운 녀석들이었다. 정겹게 빤히 쳐다보는 두 눈을 보고있으면 마치 집 떠난 자식들이 돌아와 애교를 떨고 있는 것처럼 가슴을 설레게 해주었다.

따분했던 집안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비로써 사람이 사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다. 녀석들은 자기들이 해야할 임무까지를 정확히 아는 영리한 녀석들이었다. 언제나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를 않고 내 기분까지를 정확하게 헤아려 보고 있었다.

우리는 교감으로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녀석들에게는 내가 왕이었다. 두 녀석이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별 짓을 다했다. 내 앞에서 한시도 그치지 않고 꼬리를 흔들었다.

내가 기분이 좋아 보이면 어깨까지 기어오르다가도 우울해 보이면 한발쯤 떨어져서 눈치를 보았다. 사람들에게 받아 보지 못한 대우를 녀석들에게서 받고 있는 것이다.

내 낯가림 때문에 수산리에 와서는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마을 앞에 초가집 주막이 있는데 해질 녘에 들려 막걸리 한 사발씩을 마셨다. 그럴 때도 녀석들이 동행을 해주었다. 시골길이라 가로등이 없다. 어두운 길을 두 녀석이 앞뒤로 호위를 하는 것이다. 뛰어 다니는 녀석들을 쫓아다니다 보니 덕분에 운동도 제법 하게 되었다.

개 친구라고 흉보는 사람이 없으니 헐뜯길 일도 없고 자존심 상할 일도 없는 것이다. 신문사설 몇 쪽 읽고 잘났다고 떠들고 배신을 밥먹듯 하는 인간들을 만날 일이 없게 된 것이다.

쉽게 정을 바꾸고 이익을 위해서는 의리 따위를 우습게 팽개치는 인간들에게 개만도 못하다고 하는 이유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보면 볼수록 영리한 녀석들이다. 잘해주면 보답을 하고 소홀하면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녀석들에게 두창이와 연주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두창이는 초등학교 다닐 때 나와 제일 친한 친구였고 연주는 짝사랑하던 눈이 큰 내 짝이었다. 참 많이 좋아하던 친구들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 길이 없다.

한번쯤 만나보고 싶어도 별 볼일 없이 살아온 나기 때문에 T.V에나가 서 찾을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은 녀석들이 두창이와 연주다. 그래저래 수산리로 이사를 와서는 즐겁기만 한 것이다.

동네에는 집집마다 개가 있다. 종류도 여러 가지다. 애완용만 없고 이름을 모르지만 체격이 당당한 놈부터 시작을 해서 궁둥이에 덕지덕지 오물까지 묻히고 다니는 비실이 까지 아무제약을 받지 않고 마을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다녔다.

개뿐이 아니다. 소부터 시작을 해서 돼지, 염소, 토끼, 심지어 다람쥐를 키우는 사람까지 있어서 축산단지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두창이와 연주가 조금 설쳐도 문제가 없었다. 마을사람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가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모두 선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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