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훈 <사>농협쌀연구포럼 대표> 쌀 문제 해법, 귀향 보고서에 담긴 교훈
(나병훈 <사>농협쌀연구포럼 대표> 쌀 문제 해법, 귀향 보고서에 담긴 교훈
  • 이보원
  • 승인 2010.09.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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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추곡수매(공공비축미)가 다음 달 초 시작될 예정이다. 금년에도 쌀값폭락문제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정부가 과감한 시장개입을 해서라도 우선 발등의 불을 꺼야 하겠다는 의지는 박수를 보낼만하나 대책 없는 시장개입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작금에 국가적 난제로까지 우려되고 있는 쌀값 대란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내 놓고 있는 정부 쌀 수급 안정 대책들이 과연 들녘 현장의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을까?

최근 중추절을 이용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농심탐방의 화두는 “쌀 문제 해소를 위한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 청취”였다고 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쌀 농정기조의 현장 소통능력 부족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일방적인 금년 수확기 쌀 수급 안정대책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고 싸늘한 농심만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대로 “올 가을엔 큰일 났다”는 현장의 호소들 중 두 가지만 추려 정리해 보면 진정 현장에서 부르짖는 쌀 문제의 해법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북 쌀 지원 재개 문제다. 결론적으로 농심은 쌀 문제 해법의 대안으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을 지난 참여정부 시절처럼 40만톤 이상 조속히 속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대북 쌀 지원을 천안함 사태 문제 등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애기다. 과연 2000년, 외국산으로만 실어 보낸 대북 식량지원을 국내산 쌀로만 채웠다면 어땠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요즘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는 “김대중 자서전”을 통해 10년 전 쯤으로 돌아가 행간을 더듬어 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처럼 10년 전에도 그랬다. 개 사료로 썼으면 썼지 “퍼 주기”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극소수 민심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대중 정부는 고민 끝에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포용정책을 택했지만 아쉽게도 “퍼 주기”라는 야당주장과 고집스런 대북정책 논리에 밀려 국내산 쌀은 단 한 톨도 가지 않고 모두 외국산으로만 60만톤의 식량을 북에 보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해 국내산 쌀의 공급과잉 현상이 최초로 나타나기 시작하여 이로 인한 쌀 파동에 휩싸이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국내산 쌀 재고는 적정재고의 두 배가 넘는 159만톤까지 기록, 이것이 단초가 되어 현재까지 그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쌀 수급 안정을 초단기적으로 실현할 묘책을 찾아내야 하는 정부입장에서 심각하게 검토해보아야 할 바를 시사하고 있다.

다음으로 쌀 생산량을 줄일 수 있는 생산조정의 문제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25%밖에 안 되는 마당에 생산조정차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콩 등 쌀 대체작목 자금지원(1ha당 300만원)도 결국 쌀 소득에 비해 콩의 경우는 1ha당 150만원이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기대효과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근원적으로 농민이 재배작목을 바꾸는 것은 직장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을 바꾸는 것과 같은데 설상가상으로 급여소득이 낮은 직장으로만 가라고 권고하니 과연 이에 자발적으로 호응 할 쌀 농가가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그들은 침묵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확을 앞둔 들녘 추석 귀향보고서의 행간을 실망과 두려움과 호소로 채우고 있는 위와 같은 두 가지 핵심문제에 대해 이제라도 농정당국이 포용의 정신으로 귀 기울여 줄 수 있다면 작금의 쌀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추석 귀향보고서를 눈물로 작성했다는 모 의원의 10월 국정감사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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