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는 학교문화의 변화 요구
학생인권조례는 학교문화의 변화 요구
  • 김우영
  • 승인 2010.09.2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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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도 교육청이 조례 시행에 따른 후속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그리고 시간에 차이가 있지만 다른 도의 교육청에서도 뒤 이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7개 시도의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 조례의 제정을 이미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보다는 이를 수용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학생의 인권을 존중함으로서 더 나은 인간화 교육을 지향하고자 하는 교육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고 한다면, 학생이라고 해서 그들의 인권이 잠시 유보되거나 제약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성숙한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데 교육의 목표를 두고 있다면, 오히려 학생들이 미숙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율적인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이번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마련한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일부에서 우려하듯 그렇게 위험스러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에서의 체벌을 금지하고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와 교육감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두발, 복장의 개성존중, 두발길이의 규제 금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의 강제 금지, 특정 종교행사 참여 강요 금지, 휴대전화 소지 자유화, 모든 학생 소지품 검사 금지, 학생생활 규정 제정에 학생참여 의무화 등이다. 학생의 임신, 출산 등의 이유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의 내용은 우리가 인권의 존중과 민주 시민의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 시행하고자 했던 정책으로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나, 현재 시점에서 고려할 때 학생의 인권신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진일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교총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조례가 학생의 인권의 보호만을 강조하고 권리 신장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학교 현장에서 개별 학생이 자신의 인권만을 강조하는 경우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인권, 교사의 정상적인 학생지도권과 교수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교총의 우려를 단지 반대를 위한 논리로 치부하거나, 학생들의 인권 존중이 교사의 교수권과 일부 학생의 학습권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볼 때 학생인권조례의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 역시 크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학생 인권 존중은 선진화 사회로 진행하기 위한 과제이고, 계속해서 미룰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70%의 학부모가 교육적 체벌에 찬성하다고 해서, 30%의 학부모의 반대 또는 학생 인권을 무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고려할 점은 교사의 학생 체벌 허용과 학생의 복장, 두발, 휴대폰 등의 규제들을 암묵적으로 허용해 온 것은 대체로 학생지도의 편의성을 위한 것으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현재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학생 지도와 교육에서의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야간 자율학습, 보충수업의 강제 금지 역시 그 사회적 파급효과를 단순히 계산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학생 인권 신장과 병행하여, 교사의 교수권, 학생들의 평등한 학습권 보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교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고, 학교 교육, 국가 교육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각 교육청별로 이루어지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논란이 단순히 학생의 인권에 국한된 문제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 보다는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또는 해결을 미루어 온 우리나라의 귄위주의적인 학교문화, 교육 정책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용기있는 결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문화를 바꿔 미래 지향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시작했다는 표현은 단순히 정치적인 수사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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