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태 완주부군수> 체납 지방세, ‘더 이상 설 땅 없다’
<신용태 완주부군수> 체납 지방세, ‘더 이상 설 땅 없다’
  • 김한진
  • 승인 2010.09.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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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禮記)에는 이런 고사가 전해진다.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 기슭을 지날 때 한 여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가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그 여인은 “시아버지,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기 때문입니다”고 답했다.

공자가 “그렇다면 어째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여인은 뜻밖의 답을 내놓는다. “마을로 내려가 가렴주구(苛斂誅求)를 당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란 이 고사에서 우리는 2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예외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과 가혹한 세금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주 기초적인 정치 체계를 형성한 이후 세금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됐다. 공동체 유지비용을 그 구성원들이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

원래 세금을 걷는 목적은 재정수입을 확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국가의 역할이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세금은 여러 가지 사회정책적 수단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세금 징수와 그에 따른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으로의 사용은 소득 재분배 효과를 창출한다. 세금이 가지는 현대의 대표적 사회정책적 수단이다.

더욱이 세금은 지방자치제도 출범 이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민복지 욕구 충족을 위한 다양한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자주재원 확보가 부각되고, 그 핵심이 원활한 세금징수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적이면서도 주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세금 징수는 지방자치의 근간이 된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세금을 의도적으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KBS-TV이 ‘좋은나라 운동본부’ 등에 출연해 관심을 받고 있는 서울시의 ‘38세금 징수기동대’의 활동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저렇게까지 세금을 내기 싫을까”라고 혀를 찰 정도로 납세를 기피하는 국민이 종종 있다.

이들은 부유층이면서도 재산을 숨기거나 남의 명의를 도용해 교묘히 징수의 손길을 벗어난다. 또 어렵게 징수를 할라치면, 각종 이유를 들이대며 납부를 거부한다. 어떤 이들은 되레 화를 낸다.

세금을 체납하는 자들은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하고, 나아가 국가 및 지자체의 존립에 해를 끼치는 범법자나 다름없다.

최근 각 지자체마다 자주재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세 체납규모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자체는 어떻게 해서든 체납세 징수를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완주군의 경우 현재 92억원의 지방세가 체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간 경기불황과 정부의 감세정책 등으로 어느 때보다 국가예산 확보가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세 체납을 언제까지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완주군은 체납 지방세 징수를 위해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8월 25일 필자를 단장으로 하는 ‘365 체납추적 징수단’ 발대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것이다. 징수단은 70개팀, 230명의 군청 직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끝까지 추적, 반드시 징수한다’는 슬로건 아래 올 연말까지 체납세 징수에 총력을 경주할 계획이다.

체납세 징수는 곧바로 건전한 재정운용과 주민복지 욕구 충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세금은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서비스를 원한다면 누군가는 내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세금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즉 체납 지방세는 이제 완주군에서 설 땅이 없을 것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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