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기상 정보
더위와 기상 정보
  • 이영원
  • 승인 2010.08.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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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무더위는 가히 살인적 수준이었다. 매년 여름을 넘길 때마다 올 여름이 가장 덥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8월 19일까지의 하루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이 37일이었으며, 같은 기간,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을 보인 날은 전국 평균 9.9일로 최근 10년의 평균치 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아열대 기후를 나타내며 30일 가까운 기간 동안 열대야 현상을 보이는 기염(?)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염 현상은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져 8월 한 달 동안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6명이며, 응급 치료를 받은 사람도 325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하지만 날씨의 변화가 우리들 일상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우리네 생활에서 그 날의 날씨는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으며,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기상 캐스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아나운서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사람들의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기업들도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날씨 정보를 이용한 날씨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업의 70% 이상이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미국 상무부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이미 날씨는 기업의 생산과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례로, 올해 모 전자회사에서는 에어컨 판매에 날씨 마케팅을 활용하여 40억 이상의 판매를 올린 바 있다.

날씨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날씨가 더워지면 패스트푸드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기를 꺼리는 미국 주부들이 패스트 푸드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편의점 등 판매점에서도 온도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조사하여 물량을 예측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폭염에 가장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이스크림 보다는 맥주라고 하는데, 이는 더운 여름 밤 산책길이나 가맥 등에서 판매고를 올리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날씨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생산과 매출의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기상 이변이나 기상 악화 등이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기상 정보산업이 큰 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기상정보산업의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으며, 일본도 3800억 원이 넘는 규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날씨 정보의 특성화로 큰 효과를 본 사례들도 있다. 실제 조선소가 있는 경남 진해의 경우, 2005년도부터 ‘지역산업특화 기상 정보’ 등을 활용해서 날씨에 따라 휴무와 실내, 외 작업을 조정해서 연간 47억 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날씨 정보 역시 중요한 상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처서(處暑)가 지난 후라 그런지 이제는 저녁 바람에 찬 기운이 느껴진다. 올 여름 전국을 집어삼켰던 혹서(酷暑)도 시간의 흐름 속에 그 위세를 잃고 있지만, 우리들 마음 속 더위를 씻어줄 시원한 뉴스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세칭 ‘죄송 청문회’라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보는 이들의 울분만 더할 뿐이며, 체감 더위만 높일 뿐이다. 우리들 마음 속에 진정 가을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시원한 기상 정보는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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