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천재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 김윤태
  • 승인 2010.07.0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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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죽음을 앞둔 궁중음악가 살리에리가 어느 신부에게 고해성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는 “하느님, 왜 하필 모차르트 입니까? 왜 하필 저 망나니 같은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주셨습니까?”라고 외친다. 과연 모차르트가 음악적 천재가 된 것은 신의 축복일까, 아니면 유전적 능력 때문일까? 또는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일까?



천재는 사회적 산물



독일 출신 사회학자 노베르트 엘리아스는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개인적 재능이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사회와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 천재’로 보았다. 모차르트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심리적 동기는 어린 시절 사랑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되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음악가로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계급 출신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작을 제한하는 궁중사회와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일대기를 보면 정치적 천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간디가 20세기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인 동시에 뛰어난 전술가로 평가를 받은 이유는 영국 정부의 소금 전매에 저항하는 ‘비폭력시위’를 주도하여 수백만 명을 동원하는 정치적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스와라지’라고 불리는 자치를 위해서 불복종운동을 전개하면서 정치적 자유와 영혼의 자유를 주장했다. ‘진리와 사랑 또는 비폭력’을 의미하는 ‘사티아그라하’를 제시한 간디의 정치전략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전략은 고대 인도의 경전부터 러시아의 톨스토이, 미국의 에머슨과 소로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거대한 ‘통섭’을 이룩한 결과이다. 그 후 간디의 ‘불복종운동’은 킹 목사의 흑인 민권운동에서 하벨의 ‘벨벳혁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운동으로 확산되었다.

돈을 많이 버는 부자들은 어떨까? 세계 최고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교를 중퇴했다. 이쯤 되면 그는 학벌의 도움은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복한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 덕택으로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그 후 1980년대 개인 컴퓨터(PC)의 등장과 인터넷의 개발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승부사처럼 움켜쥐었다. 사실 빌 게이츠는 천재적 발명가도 과학자도 아니다. 그저 사업가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는 놀라운 감각과 능력으로 소프트웨어를 지배하는 거대한 기업제국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복한 가족 출신이라는 점과 인터넷의 확산이라는 기술적 환경의 변화가 없었다면 그의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창의성을 키우는 사회적 환경



일반적으로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그 잠재력을 과학적, 사회적 문제의 해결 또는 예술적 표현으로 만들어내는 사고와 행위의 과정을 가리킨다. 창의성을 가진 천재들의 성장과정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모차르트, 간디, 스트라빈스키, 간디, 피카소 등 창의적 천재들은 거의 다 두 개 이상의 문화권에서 성장하고 다양한 가치를 체험할 기회를 가졌으며,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했다. 영국의 세계적 디자이너 로저 딘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글의 침팬지가 아인슈타인의 두뇌를 가졌다고 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는 없다. 창의성이야말로 사회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미국 시카고대학 심리학 교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창조적 문화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대 아테네,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15세기 베네치아, 18세기의 런던, 19세기의 파리, 20세기의 뉴욕과 같은 도시는 풍부한 창의성이 발전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제공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섞인 도시는 역동적인 삶이 만나는 장소이며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가치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한다.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개방적 사고를 가진 도시에서 창의적 인물들이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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