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김제 벽골제는 재 조명 해야
<김환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김제 벽골제는 재 조명 해야
  • 이수경
  • 승인 2010.06.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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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김제 벽골제는 과거의 고식적인 역사 기록 위주의 발굴 방식에서 벋어나, 고고학적 탐사와 함께, 흙의 거동, 축성체의 형상, 수문학적 해석과 같은 토목공학적 조사기법을 도입하여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벽골제는 어디 까지나 토목구조물 임을 강조 하고 싶다. 7세기경으로 알려진 일본의 사야마이케(大阪 狹山池) 축제시에, 고대 중국의 싼차오법(散草法)을 벽골제에서 도입한 부엽공법(敷葉工法)을 전수 해 주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이 사실 이라면 이런 토목시공은 연약지반 개량, 즉 방수제인 보(洑)를 건설 할때 주로 사용한다. 벽골제를 지금처럼 정확한 고증도 하지 않은 채 홍보만 해가지고는 국제적 망신을 당할 지도 모른다.

주지하다 시피 벽골제 축조 시기는 백제시대(서기 330년)이고 제방규모는 길이가 3.3km, 높이 5.7m 이며 축조목적은 농업용 저수지 제방으로, 하류의 관개 면적은 2시 1개군 이라고 사적 제111호에 기술되어 있다. 여기에서 이해가 가지 않은 몇 가지 사항을 정리 해보면.

첫째, 벽골제의 축성시기(始開碧骨池)는 삼국사기 신라기를 근거로 신라 흘해이사금(訖解尼師今) 21년(A.D.330년)을, 벽골군이 당시는 백제고토이어서, 후세사가들이 백제 비류왕(比流王) 27년(서기330년)으로 고쳐 썼는데, 이는 잘못 기록된 사적을 근거로 기술된 내용이어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둘째, 제방 길이가 3.3km, 높이가 5.7m라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만한 길이의 인공제방에 이처럼 낮은 높이의 저수지에 관한 유사사례를 찾기 힘들다.

셋째, 통수문이 5개(개당 폭이 4m)라 하는데 이 규모로는 홍수시 수위·수량조절이 불가능해 보인다. 벽골제 수문 돌기둥이 15자(약4.5m)이고 그중 1/3이 땅속에 뭍혀 있다고 기록하였으니 실제 수문깊이는 10자(약3m)이다. 따라서 사수위와 상단 여유고를 감안하면 벽골제의 최대수심은 2m에 불과하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벽골제는 농업용저수지 용도로 축조되었다기보다는 동진강수계(원평천) 해수유통을 차단시키기 위한 방수제(防水堤)일 가능성이 높다.

벽골제의 축조와 관련하여 농업용수 수원으로의 용도가 그 수축의 주목적이 아니고 방수제라고 보는 이유를 과거의 몇 가지 역사기록을 통해서 살펴보면.

첫째, 통일신라 문성왕8년(서기846년) 장보고사후 청해진(淸海鎭) 패쇄로 그곳 2천여 민호(民戶)를 벽골군 으로 강제이주 시켰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그들의 노역을 통하여 김제, 부안 등 동진강유역의 간척·방수공사에 투입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인공 저수지 제방은 축조하기도 어렵지만 허물기도 쉽지 않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하류에 대 재앙을 불러오게 되고 민원에 시달려야한다. 고려 인종21년에 중수한 벽골제는 3년 후 무속인의 요언을 믿고 그 제방을 결궤(決潰)한 일이 있다. 이를 미루어 보건데 벽골제는 방수제이기 때문에 이를 일부 트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셋째, 조선 태종시절 김방 등이 벽골제를 중수한 기록을 보면, 제북(堤北)에는 태극포(太極浦)가 있어 조파(潮波)가 거세어, 먼저 태극포의 조파 분격처(奮激處)에 축제하여 그 기세를 죽였다고 하였다. 여기서 제방북쪽이란 동진강수계 원평천을 말함이고 조파란 바닷물을 뜻한 듯하다.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을 맞이하여 중앙요로에 띄운 글을 보면 “이 나라의 군량미를 호남에 모두 의존하였으니 만약 호남이 없었더라면 이 나라 또한 없었을 것이다(國家軍? 皆?湖南 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다. 이는 바로 백제시대 벽골제에서부터 시작하여 면면히 이어져온 호남평야 쌀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벽골제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재이자 전북의 자랑거리다. 이러한 훌륭한 문화유산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지적된다면 시대를 초월하여 재조명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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