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선문 고창경찰서장> 자유의 역설(逆說)
<류선문 고창경찰서장> 자유의 역설(逆說)
  • 최고은
  • 승인 2010.06.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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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이 민주주의 사회의 수평적 균형추라면, 자유는 수직적 원동력이다.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념을 실현하며, 최선의 자아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인간의 기본권으로 사회적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무제한적인 자유가 허용된다면 약육강식의 사태가 벌어져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리프맨은 이를 ‘무제한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곳에는 자유가 있을 수 없다’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유에 대한 제한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자유의 역설이 수반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해 현행 집시법 제 10조(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판결을 내리면서 해당 규정을 올해 6월말까지 개정하도록 판결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본건을 2월 16일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해 공청회를 여는 조건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한 후 한달여가 지난 3월 24일 법조계와 학계 등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에서 많은 논의를 거쳤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의 입장차로 인해 논의조차 되지 못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 28일 임시국회는 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7월 1일부터는 야간 옥외집회가 전면 허용된다.

야간 옥외집회가 가능해짐에 따라 일부 국민이나 단체들의 표현의 자유는 일견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자유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기에 사회성과 책임성이 따라야 한다.

경찰청의 분석에 의하면 야간집회 1건당 대비 경찰력은 7.3개 중대로 주간보다 3배 이상 많은 경찰력이 필요하며, 2008년 불법폭력시위의 약 80% 정도가 야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야간집회를 관리하기 위해 많은 경찰력을 낭비하게 되고, 이에 따른 치안수요가 급증해 상대적으로 민생치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반 국민들의 행복추구권과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협이 될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즉, 나의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활권과 행복추구권, 공공의 안녕 질서 또한 중시되어야 하고 과격한 집회·시위로 인한 사회적?국가적 비용에 대한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집시법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한 지금, ‘금지 시간대의 합리적 조정’이 시위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다른 시민들의 권리와 공익을 조화시키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도 집시법상 심야시간대 제한 규정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광범위한 금지시간대 위헌이라는 것으로, 무조건적인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삭제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방종만을 가져올 것이다.

집시법의 입법목적은 제1조에도 나와 있듯이 집회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하는 것임을 다시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중인 개정안은 주간에 집회에 참가하기 어려운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국민들의 안정된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정시간 제한을 두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즉, 헌법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모두 보장할 수 있도록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사회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주를 ‘권리와 권한’이라 하고, 권한은 함부로 행사되어서는 안 되기에 사회는 ‘책임’을 묻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사회적 합의 속에 도출된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고, 타인의 기본권 또한 충분히 고려된 합리적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성숙된 집회시위 문화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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