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호 전 언론인> 법정스님, 그리고
<신정호 전 언론인> 법정스님, 그리고
  • 이수경
  • 승인 2010.03.24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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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입적후 내딴에 남다른 소회가 일어 알량한 글이지만 몇자 적어보려한다. 먼저 26년전 일을 되새김질해야 한다. 1984년 8월 어느날 전남순천 송광사의 법정스님을 찾아뵙기 위해 전주신역으로 달려가 한 친구와 함께 새벽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 무렵 어느 일간지에 ‘무소유’를 주제로 한 쉽고 진솔하게 쓴 스님의 글이 간간이 실리고 있었다.

나는 남행열차를 타기 며칠전 고향에 가서 고리채(쌀빚)로 큰 부를 축적하고 인정사정없이 빚을 받아내기로 이름난 사람을 만났다. 그를 만난것은 그에게 빚을 진 친구가 있어 친구의 딱한 사정을 얘기하고 선처를 당부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사람이란 모름지기 약속을 지켜야 하고 자신은 그런 규범아래 약정대로 빚을 받아내는 것뿐이며 차압 붙이는 일도 불사한다는 무슨 인생철학과 같은 말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그 후 며칠간 생각하다 법정스님이 그 고리업자와 대조적인 인물이 아닐까 해서 송광사로 달려가기로 한 것이다. 순천역에 내려 무턱대고 송광사를 찾아갔다. 무모하다 할만큼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찾아갔지만 운이 좋았던지 송광사 본사에서 산위로 상당히 떨어진 암자(불일암)에 기거한다는 스님이 그날따라 무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본사에 와있었고 나는 스님과 대면할 수 가 있었다. 나는 이모저모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답을 나누어 보려했지만 역시 선승다운 선문답, 한가지 또렷한 말은 떠날때 절 아래로 흐르는 개울물에 발을 씻고 가라는 것이었다. 탁족(濯足)이라. 발 씻음을 통해 마음을 정결하게 하라는 것. 훈육의 말씀이 불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씀대로 한 조각도 살아보질 못했고 스님에 대한 기억도 쉽게 접고 말았다. 그 후 길상사, 강원도 산골, 설법회 등 편린적인 정보를 신문기사로 접하면서 스님이 영적지도자로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만 감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입적후 처음 알게 된 것은 스님의 속성이 박씨이고 원래 고향이 전남 해남군이라는 것. 해남군이면 남쪽바다쪽으로 DJ의 고향과 가까운 곳 일 것이다.

영적지도자였던 법정스님과 정치지도자였던 DJ가 동향인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깊은 상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DJ는 여러사람의 추앙을 받았던 인물이었지만 돈과 관련, 진위야 어떻든 설왕설래의 한복판에 서서 많은 화제를 뿌린것은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얼마전 DJ의 유산이 십몇억원이고 그 유산이 유족에게 넘겨지면서 그에 따른 세금도 정당하게 납부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기에 세간의 의혹이 불식되었으리라. 나는 믿고 싶지만 그동안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다. 75년동안 한낱 초개와 같이 살아온 나의 재산이 1억몇천만원쯤 되는 것을 감안하면 오랫동안 거대 야당을 관리했고 이 나라의 정상에 올랐던 분의 유산이 내 것의 십배에 볼과한 것은 오히려 아쉽고 더 나아가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영명함으로 인간사를 제도하시는 부처님은 청정한 지역에 고승을 점지하는 것이 일탈하지 않는 상궤일터. 따라서 이미 DJ가 태어난 남쪽바다쪽에 법정스님을 내려보낸 것은 그 만큼 그 지방이 청정했고 그 쪽사람 누구나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라는 함의가 이었을 것이다. ‘DJ는 돈을 너무 밝히는 사람’ 이라고 공개적으로 갈파하고 다니던 우리고장 출신 원로정치인이나 ‘미국에 숨겨놓은 거액의 DJ비자금을 조사해야한다’ 신문광고를 낸 대호사랑(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호남인모임)회원들도 나의 방식대로 풀이하면 그 많은 공천헌금도 정당운영을 위한것이었다고 애교있게 보아주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우리의 영적 지도자였던 법정스님에 대한 한조각의 예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DJ를 맹주로 모셨던것을 앞세우고 6.2선거 고지로 달리는 뭇사람들도 DJ가 법정스님과 동향인임을 덧붙이면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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