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 장길호
  • 승인 2010.03.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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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종이가 없어 책을 못 만든다”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말 강진으로 인해 국내 펄프 수입량의 30% 가량을 공급하는 칠레 펄프공장 세 곳이 가동을 중단한 데다 유럽 펄프업체들의 생산량 축소, 중국의 원자재 블랙홀 현상, 여기에 6?2 지방선거 인쇄물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수급이 불안해진 탓이다.

그러나, 지금의 원자재난은 출판업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구리, 니켈 등 비철금속과 철광석, 코발트 등 대부분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다양한 이유로 급격한 오름세를 타고 있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물가가 불안해짐은 물론 특히, 중소기업은 원자재 물량을 하루 단위로 조달하는 ‘스폿물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물량확보조차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급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원자재 방출물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등 관련 자금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2008년에도 있었듯이 매번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정부는 국가 전체의 필요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원자재 가격 급등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즉, 원자재 비축 물자 품목을 확대하고 물량 배정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재생 가능 자원의 리사이클링 산업을 장려하고 그 제품이 주로 중소기업에게 제공되는 방안을 강구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자재 독, 과점 생산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부당 이윤을 챙기지 않도록 감시, 감독하고 부당행위로 획득한 이윤은 철저히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여야 한다.

대기업은 동반자적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상승이 거래 중소기업에게 전부 전가되어 해당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해당 기업 인건비, 기계설비 투자비, R&D 비용이 위축되지 않을 수준의 납품단가를 적용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거래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건비나 R&D 여력을 축소시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훼손하고, 다시 대기업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경계하여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원자재 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원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는 원자재 구매펀드를 산업별로, 주요 사업자단체 별로 조성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대량 구매로 원자재 공급자에 대한 교섭력을 지니고 구매 가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고물량을 비축하여 공급자의 수급 조절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원자재 공동구매 펀드 성공여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재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자조와 협력으로 해결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는 데에 있다고 사료된다. 개별기업의 이해를 떠나 원자재 수급이라는 공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이며, 쉽지 않더라도 주요 원자재별로 관련 중소기업들이 초기 펀드를 구성하고 대기업과 정부가 동참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도 타 요소의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원자재 가격상승 부담을 흡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노력과 더불어 신제품개발, 기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블루오션 개척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단기적인 대응과 더불어 해외 자원 개발을 확대해 자원 자주율을 높이고 원자재 값 변동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바꾸는 등의 보다 중?장기적인 대안에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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