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에도 ‘아이들’이 있다
학교밖에도 ‘아이들’이 있다
  • 김흥주
  • 승인 2010.03.22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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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아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학령기 청소년이 모두 3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학교 밖 아이들은 더 많이 있다.

‘잠시’ 가출하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학교로 돌아오기 때문에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도 학교 ‘밖’ 아이들이다. 몸은 학교에 있지만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학업을 포기한 체 방황하는 아이들도 따지고 보면 학교 ‘밖’ 아이들이다. 이들까지 모두 합하면 학교에서 벗어나 있는 아이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왜 학교를 떠나는 가에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 빈곤 때문에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이 태반이었다. 학비를 내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공장으로 떠나는 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슬프고도 아픈 기억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교와 공교육에 대한 불만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 해 중도탈락자의 40% 이상이 현행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들의 경우, 공식 통계에는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으로 잡힌다.

하지만 이들의 부적응은 성격이 다르다. 일탈 차원에서 가출하는 청소년과도 다른 의식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 선택에 따라 학교를 거부하거나 떠나는 경우가 많다. 사회의 통념처럼 문제아이기 때문에, 가정환경이 나쁘기 때문에,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떠나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길을 찾아, 자신의 끼를 찾아, 자신의 삶을 찾아 과감하게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의 도전을 받아줄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하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이들에겐 ‘아웃사이더’란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부모들마저도 쉽게 이들의 ‘탈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안학교에 다니려 해도 이들 학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접근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열악한 대안교육 현실 때문에 기회조차 잡기가 힘들다. 외국의 경우처럼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와 프로그램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밖으로 떠난 아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교육계의 방치, 부모의 분노에 찬 외면, 사회의 냉대 때문에 ‘문제아 아닌 문제아’로 살아가기 쉽다. 이렇게 힘들어 하는 학교 밖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복지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청소년의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여 이들이 새로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오래전부터 ‘인스텝 프로젝트(Instep Project)'라는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밖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사회가 끌어안고 있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해밀센터’와 같은 것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과 인력 자체가 부족할뿐더러 체계적이지 못하다. 이제부터라도 효율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둘째, 대안교육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는 ‘대안’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에서 탈락한 ‘문제아’ 들을 교육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이 아니라 공교육과 다른 축에 있는 ‘또 다른 교육’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할 때 제도교육과 대안교육이 서로 유기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청소년의 교육선택권은 넓혀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안의 ‘정규’ 학생들만이 청소년이 아니다. 학교 ‘밖’에도 아이들이 있다. 이들도 소중한 사회적 자원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학교 밖 아이들이 보인다. 문제아가 아니라 나만의 길을 찾아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보여야 대책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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