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주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농식품원예과장> 생물자원이 돈이다
<송영주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농식품원예과장> 생물자원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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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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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지구 환경질서를 표현하는 두 개의 키워드를 들라면 단연 기후변화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해하고 이에 대처 하는 것과, 자연 생태계 파괴로 사라져가는 다양한 생물상의 보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경우 녹색성장 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기후변화협약 자체의 논의 진전에 따라 온실가스의 온상인 이산화탄소 배출감축방안 마련과 함께 탄소 배출량을 사고파는 시대로 전환되면서 국내외적인 관심 사안이 된 반면, 생물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존하면서 이용하자는 협약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의 정도가 덜 한 것 같다.

더욱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개념이 상호 독립적 이라기보다는 강한 인과적 연계성을 갖기 때문에 개별적 성격으로 취급되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장 경제적 측면에서는 생물다양성 협약이 국제적으로 더 큰 파급효과가 올 수 있는 방향에서 구체적 실행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두개의 사안이 동반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는 생각마저 든다.

2010년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 이다. 생물다양성 협약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생물종의 멸종속도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세기 중반에는 90억에 달하는 세계인구의 식량공급 마저도 위태로 울 수 있으므로 다양한 자연생태환경에서 수많은 변이를 창출하며 생존하는 생물 종 들을 원형그대로 보존함과 동시에 유용한 생물자원들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하여 인류공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전 세계가 공동으로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물다양성의 가치인식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방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을 채택 하면서 시작 되었으나, 생물자원의 자본화에 따른 생명공학기술 보유국인 선진국과 유전자원보유국인 후진국과의 이해 상충으로 구체적 실행기준이 설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해 10월에 일본 나고야에서 10차 당사국 회의를 열어 국제기준 채택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기준 설정이 결정되는 경우 탄소배출권과 같이 생물자원도 이제는 하나하나가 돈으로 환산되어 거래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장의 규모는 현재 2조 5천억 달러 시장 규모이고 앞으로 9조 달러에 육박 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추정되는 기후변화에 의한 탄소 배출권 거래액(1500억 달러) 이나 세계반도체 시장(3000억 달러)과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많은 액수이다.

이에 따라 세계는 이른바 ‘소리 없는 조용한 전쟁’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생물자원을 얼마나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자원의 특성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정밀하게 파악하여 산업화와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국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선진국이나 생명공학 기업들은 생물자원을 고부가가치형 ‘산업소재’로 인식하고 수집,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각종 기능성을 가진 신품종 및 신약개발에 박차를 다하고 있다. 중국의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의 열매를 이용하여 개발한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가 그 좋은 예 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생물자원에 있어서는 빈국에 속 한다. 사계절의 영향으로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한다 하지만 좁은 국토로 인해 양적인 측면에서 넓은 대륙국가에 비해 미치지 못하고 있고, 그간의 인식 부족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 인력의 양성이나 투자에 있어서도 인색해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관리와 활용전략이 미흡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및 기탁등록보존기관을 지정하는 등 생물자원의 효율적 확보 와 체계적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농촌진흥청의 유전자원센터의 기능을 보강함과 동시에 2020년까지 1조 5000억을 투입하여 종자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도인 전북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이를 뒷받침할 지원팀을 운영하는 등 산업적 선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은 국민 모두가 생물자원에 대한 가치인식과 꾸준한 R&D의 투자일 것이다.

긴 세월동안 다양한 환경 속 에서 공생하며 순화해온 생물 종 모두가 앞으로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 자산이며, 다양한 이들의 체계적 관리와 이용은 인간에게 유용한 개량종 육성과 물질의 확보라는 인위적 목표완성의 원천적 재료라는 가치인식이 중요하다. 예컨대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과학기술 개발 사례 중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 받고 있는 ‘통일벼’의 개발도 실은 다양한 유전자원의 확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 재배하고 있는 작물의 생산성 증대 역시 유용생물자원의 다양성 확대로 얻어진 산물 이라는 것이 그 주요한 증표이다.

또한, 이와 같은 다양한 생물자원의 수집과 특성분석 그리고 유용자원의 획득을 위한 연구프로젝트는 단기적 목표지향의 단위사업과는 달리, 자원의 잠재성을 염두 해 두고 수행하는 장기적 과제라는 인식의 기반위에 지속적으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된다는 이해의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원부국의 칭호는 끊임없는 R&D 투자와 결과에 대한 인내의 관용 없이는 얻어지기 힘든 관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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