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균 JTV 방송본부장> 십시일반의 열매 풍남학사의 개관
<신효균 JTV 방송본부장> 십시일반의 열매 풍남학사의 개관
  • 김태중
  • 승인 2010.02.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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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고고의성을 울린 지 어언 1천3백여 년,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땅이라고 이름 붙은 단 하나의 고을 전주! 전주는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한성, 평양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도시였다. 두 개의 왕조가 태동한 발상지이고 기라성 같은 숱한 인재를 배출한 곳이다. 그러나 1975년까지도 전국 7대 도시의 명성을 유지하던 전주가 쇠락의 길을 거듭 걷더니 이제는 특별시와 6대 광역시, 그리고 여섯 개의 수도권 위성도시는 물론 그 동안 비교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청주에도 밀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붙은 시군통합이 마무리되고 나면 전주가 20위권으로 내려앉는 것은 시간문제로까지 여겨지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가 그동안 인물을 키우는 데 너무 소홀했고, 일거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전주를 감싸고 있는 전라북도는 너도나도 앞 다퉈 떠나는 버려진 땅이 되고 말았다.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어떻게 씻어야 할까?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고려의 유신 야은 길재의 회고가에 나오는 인걸은 뛰어난 인재를 가리킨다. 학식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우리는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해 왔다. 위인, 영웅, 동량지재, 국가의 간성… 요즘은 인재, 그 가운데서도 핵심인재란 말이 통용되고 있으며 급속한 변화와 무한경쟁의 시대에 대응할 글로벌 리더가 각광을 받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구상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중국의 역사상 최고의 지략가로 쌍벽을 이루는 장자방과 제갈공명을 보자. 자방은 일개 건달이었던 유방을 도와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를 제압하고 한 왕조를 여는 데 크게 공헌하였고, 공명의 지략 덕분에 촉나라는 위?촉?오 삼국정립 체제에서 가장 약했으면서도 다른 나라들과 능히 각축을 벌일 수 있었다.

요즘은 상품이나, 금융?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뛰어난 인재의 기발한 착상 하나로 억만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사이버 비즈니스의 창안자 제리 양이 동양인으로 스물여덟의 나이에 인터넷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데는 ‘야후’라는 반짝이는 검색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에릭 슈미츠는 별다른 자본과 변변한 사무실 한 칸 없이 맨 땅에서 ‘구글’을 일으켜 어마어마한 부자회사로 만들었다.

이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은 틈만 나면 각사의 CEO에게 이렇게 호통을 쳤다. “나가서 당신보다 봉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오시오.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 말이오.”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사람! 64만 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전주에 이러한 인재 예닐곱 명만 등장한다면 우리는 어느 지역 부럽지 않게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걸출한 인재를 선사 받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될 수백?수천 명의 재목을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출범한 단체가 바로 전주인재육성재단이다.

장차 지역사회의 중흥을 앞장서서 이끌고,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될 인물을 기르고 키우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전주인재육성재단이 풍남학사의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7월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주시장의 헌신적인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시의회에 요청하여 토지매입비 55억 원을 확보하고, 신발이 닳도록 중앙의 요로를 찾아다닌 끝에 마침내 서울 종로구 구기동 산자락의 금싸라기 땅, 국유지 2천 평방미터를 헐값에 불하 받았다. 이후 전주인재육성재단의 임원들은 마을과 거리, 기관과 단체를 돌며 왜 풍남학사를 세워야하는가를 역설하면서, 일반시민과 지역의 유력자들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간곡히 호소하였다. 건축비 65억 원은 말 그대로 십시일반으로 마련하였다.

중국의 관자(管子)는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樹人’이라고 하여 ‘사람이 일생의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그렇다면 인재는 타고 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세익스피어는 인재의 유형을 ‘날 때부터 위대한 사람, 노력해서 위인이 된 사람, 위대한 인간이 될 것을 강요당한 사람’ 이 세 가지로 나누었다. 그러나 이제 옛날과 달리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 전주천의 정기를 이어 받은 우리는 이 냇가에 물을 가득 채워 큰 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의 인재배출의 용광로였던 전주에서 또다시 큰 인물이 속속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힘껏 밀어주고 당겨주어야 한다. 백옥이 진토에 묻히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전주 출신의 수도권 대학생을 위한 보금자리요 전주 인재의 산실이자 요람이 될 풍남학사가 드디어 서울 한복판에 둥지를 틀고 오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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