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
이병화
  • 이수경
  • 승인 2010.02.18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회사 CEO 선임은 이렇게

하나대투증권 상근감사위원 (법학박사) 이병화

연초가 되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주주총회 준비를 시작한다. 상장법인의 경우는 결산일을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금융위와 거래소에 정기주주총회에서 확정된 재무제표 등을 제출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 파트에서는 손길이 바빠진다. 특히 임원의 임기가 도래한 회사의 경우는 임원 선임이라는 또다른 짐이 부과되기 때문에 더욱 눈코뜰새가 없으며, 은행장 등 대표이사의 임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일반회사의 경우는 임원선임에 있어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금융회사의 경우처럼 공공성이 있는 회사의 경우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이에 더하여 선임 당시의 환경과 국민들의 법 감정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감독당국에서는 금융회사 CEO가 금융회사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함을 인식하고 정해진 자격요건을 제대로 충족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사까지 한다. 그만큼 금융회사가 국민 경제나 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2월말부터 3월초가 되면 금융회사의 CEO에 대한 평들이 나온다. 특히 금년에는 사외이사제도의 변경까지 맞물려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갈 수 없고, 철저한 검증절차가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국민들의 바램은 고스란히 감독당국에 전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감독당국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전에 금융회사에 구성된 이사회나 추천위원회 등은 후보자가 CEO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이라도 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전문성 그리고 책임성이 있고, 금융회사의 백년대계에 대한 비전과 이를 책임있게 실행 할 수 있는 열정과 실천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도덕성과 관련하여서는 불특정 다수인의 자산을 관리한다는 공공성적 측면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즉 명시적인 법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처벌받는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하였거나 지탄받을 만한 일을 한 경우에는 그러한 행위를 향후에도 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 관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음을 이유로 배제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의 유무까지 금융회사에서 직접 챙긴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러한 흔적이나 전과가 있는 자들은 당사자 스스로가 후보자가 되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만 금융회사에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줄일 수 있고 감독당국의 부담도 덜어 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전문성과 관련하여서도 현재의 금융산업은 복합화, 융합화로 정의 될 수 있을 만큼 금융회사에서 영위하는 업무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고객들의 욕구도 다양하다. 따라서 CEO들은 이와 같이 다양한 업무에 대한 경험과 고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시장을 이해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며, 이들을 엮어서 상품화하고 영업화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금융회사 CEO로서 금융산업이 사람산업이라는 점과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해낼 수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먼길이라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면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가 존재하는 목적이 수익창출과 고용창출에 있다면 이를 위해서 주주 및 임직원과 고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큰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영업방침 결정이나 전략수립에 있어 CEO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추천위나 이사회 등에서는 회사의 수준을 한단계 레벨업 시킬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보유했는지 여부를 심사숙고 하여 후보자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 역시 예금자 등 거래자의 자격으로 행장 후보자 등이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발되고 있는지와 금융 회사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자가 결정되는지에 대하여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단계로, 금융회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금융회사의 역할은 CEO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볼 때 선장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배를 항해하느냐가 배와 그 배의 선주 및 배에 탄 선원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그리고 그 운반하는 물건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생사화복에 결정적이다. 그러므로 대주주의 혈연이나 지연 또는 학연이라는 구태의연한 방식에 따라 결정 할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나 그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자를 선임하여야 한다. 지금은 대주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추천위나 이사회에서 후보자를 결정하지만 주주총회에서 CEO로 선임되는 순간부터는 그 상황이 180도 바뀔 수 있다. 대주주와 CEO간에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깨질 때 그 금융회사는 갈등의 늪으로 추락 할 수 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마따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