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드라마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선거가 드라마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 김남규
  • 승인 2010.02.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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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갈등과 반전을 섞어가며 시청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우의 수준 높은 연기력에 매료되기도 하고, 카메라의 앵글에 따라 달라지는 장면들에 빠져들기도 한다. 문득 선거가 드라마처럼 재미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드라마와 선거를 비교해 보자면, 드라마는 짜인 각본에 따라 배우가 연기를 하지만 선거는 분장도 없고 대사도 없는 그야말로 현장 공연인 셈이다. 내 앞에서 배우(후보)가 오고가고 청하지도 않은 악수를 먼저 건네기도 하고, 조금은 시끄럽지만 순회공연도 자주 한다. 보디가드는 아니지만 팬들(선거운동원)이 항상 배우 곁을 떠나지 않고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춤도 추며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각본(선거 전략)이 있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스토리가 드러나 보이고 판에 박힌 것 같지만 후보들끼리의 각본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선거와 드라마가 다른 점은 배우는 공연의 대가로 돈을 벌지만 후보는 돈을 쓴다는 점, 좋은 공연(선거)을 해서 일정정도 인기를 얻은 후보에게 정부가 공연에 들어간 비용을 되돌려 준다는 것이다.

드라마와 선거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반전이다. 반전 없는 드라마에 재미를 기대 할 수 없듯이, 반전 없는 선거판에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리 없다. 시청자들의 취향이나 선호도와 관계없이, 몇 년 전 부터 봐왔던 배우 몇 명이 그대로 나와서 똑같은 공연을 되풀이하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 놓고 관람료(선거비용)를 내라고 하면 참 분통 터질 일이다. 선거가 드라마 보다 재미있으려면 반드시 반전이 들어가야 한다. 투표를 통해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이 있어야한다. 유명 배우를 다시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열심히 공연한 신인배우에게 상을 안겨주는 맛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선거의 묘미를 없애고 민주당이 앞장서 판을 깨버렸다. 전라북도의회는 17일 임시회 본의회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제안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 결정을 내렸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제안한 내용에는 도내 기초의원 선거구 중 4인 선거구가 5곳 이었으나 각각 2인 선거구로 쪼개 버린 것이다. 전라북도의회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가 종전 3인 선거구 68곳을 58개로 줄이고, 2인 선거구는 80곳에서 87개로 늘리는가 하면, 경상남도 도의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거구 획정 조례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제출한 6개의 4인 선거구 중 2개의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여 통과시켰다. 이들 지역에서 선거구 분할에 앞장선 사람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똑같이 앞장 선 모습이다.

중선거구제는 수소당과 무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일당 독식체제를 보완하자는 취지이다.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중선구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북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 선거구를 분할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민주당이 그동안 줄기차게 외쳤던 MB정권의 독선과 오만, 한나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라는 주장이 허구임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한마디로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음을 스스로 증명 한 셈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야 5당이 연대하여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를 막아내고 MB정권을 심판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조건에서 전북 도의회가 자당 시의원들의 독점적 당선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구를 분할하는 것은 야권연대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는 당 방침과 국민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민선시대 이후 전북지역에서 줄곧 거의 모든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와 의회를 독식해왔다. 이로 인해 의회는 집행부와 공생 관계를 유지해오며 제대로 된 견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수시로 연출했다. 독주와 독선은 전북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님이 분명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결론은 같다. 민주당은 반전 없는 드라마 각본을 써놓고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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