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관리·운영이 중요
6. 관리·운영이 중요
  • 하대성
  • 승인 2010.02.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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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관리가 상품성 생명력 좌우
“㎞당 1천300여만 원씩 준다니까, 길 내기에 나서지만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모르겠다.”“걷기가 유행하자 반짝 길만 만들고 끝나는 것 아니냐.” 일선 길 담당자들이 하는 말이다. 길 내기만 신경 썼지 사후 관리·운영대책이 없음을 걱정하는 눈치다.

진짜 그렇다. 걷는 길 만들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리와 운영이다. 기본적으로 길의 관리·운영 주체는 지역사회 또는 민간단체여야 한다. 문화자원의 유지, 발굴,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에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내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김보국 전발연 연구원은 “지자체에서는 세부적인 예산과 시행계획 수립 등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주도적인 자원 및 신규노선 발굴과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의 관리는 크게 시설관리, 환경관리,이용관리로 구분한다. 시설관리는 노면에 대한 관리와 길 주변의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관리 등이다. 환경관리는 길 주변환경의 변화를 감시하고 훼손행위의 최소화 및 훼손치 복원 등이 핵심이다. 이용관리는 탐방객으로 인한 환경훼손 및 지역간의 갈등, 자원 및 시설훼손 등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걷는 길 운영은 탐방프로그램, 마케팅 홍보, 안내지도 및 홍보물, 온라인 서비스 제공 등 지속적인 수요관리 및 걸을시 편의성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구상을 중심으로 한다.

길 상품별 이용프로그램은 아주 다양하다. 마케팅의 핵심이다. 지리산 숲길의 경우 활동가 양성교육, 자연안내자 양성교육, 작가와의 걷기, 길여행학교 운영, 지리산 문화제, 사진공모전, 이용자 설문조사, 월페이퍼 제작, 장담그기 체험 등이다.

제주올레도 각종 프로그램이 푸짐하다. 제주이야기, 올레아카데미,거꾸로 걷기, 녹색문화투어,올레송 컬러링 서비스, 문화페스티벌 공모 등 다채롭다.

지리산숲길과 제주올레의 마케팅, 홍보를 간추려 보면 1차적으로 해당지역 및 인근 지역주민들의 길 이용을 장려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또한, 지역신문, 방송 등 언론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역 성인, 청소년 대상으로 아카데미, 길학교 등 교육, 안내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한다.

2차적으로 전국단위 대중매체, 언론, 수도권 지역 내 대중교통시설 및 공공기관 등에 홍보한다. 길과 관련된 기념품, 도서, 음반 등 문화상품을 기획, 제작하여 온 오프라인상에서 판매한다. 지자체, 관광공사가 발행하는 관광홍보물에 노선과 정보, 소개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세미나, 워크숍을 개최한다. 기차, 고속버스, 여행사, 동우회 등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2008년 개통한 지리산숲길은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남원역에서 남원 인월사이의 버스노선이 신설됐고, 철도공사는 지리산숲길 관광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의 랑도네(전국걷기협회연맹)도 다양한 도보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랑도네 첼린지’다. 진행 방법은 트레일 상의 특정 지점에서 참여자에게 나눠준 질문지에 지역환경 및 문화, 역사 등과 관련된 질문의 답을 적고, 지도에 위치를 표시하여 최종 목적지까지 돌아오는 대회다. 2-4명이 한 조를 이뤄 지도 보는 방법 습득, 숲 속에서의 방향감각 및 주변 환경파악, 트레일 및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증대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매년 전국대회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고 있다.

길에서 보물찾기 게임도 있다. 지오캐싱(Geocaching)은 트레일 상에 GPS를 이용해 위치를 확인하여 숨어있는 보물을 찾는 세계적인 게임이다. 특별한 별도의 관리는 필요치 않다. 처음 관리자나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이 트레일 상에 본인이 생각하는 보물이나 작은 선물을 상자에 넣어 숨겨둔다. 그리고 그 지점의 좌표를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여 타인이 그 선물을 찾아 갖는 게임이다. 선물을 찾은 사람은 그 상자에 자신의 선물을 넣어 두면 된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은 가족단위, 동호회 등 나이를 막론하고 트레일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지역 환경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도입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정휘 (사)도시환경연구센터 이사는 “길에 대한 계획, 조성,관리, 운영은 지역사회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기본원칙이다.”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특히 “지역 협의와 조정을 거쳐 길이 계획되고 조성됐더라도, 개통되면 갈등이 표출된다. 길 이용에 관한 견해차이, 지역훼손 및 주민불편 사항 등 분쟁이 나타난다.”며 “관리,운영 주체는 무엇보다 이런 갈등을 잘 관리해야 지속가능한 길 이용을 담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길손과 주민,관리주체와 주민,주민과 주민,길손과 길손,관리주체와 길손 등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선이 통과하는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한광용 (사)지리산숲길 사무처장은 “길 사업계획과정부터 모든 주민들의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되는 공청회나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다.”며 “길 계획이 여러 개의 지역을 통과하는 경우,해당 지역이나 현장에서 설명회,워크숍 등을 갖고 지역주민을 행사에 초대하고 마을내에서 행사를 치른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가꾸기,생태관광이나 농촌관광 프로그램 교육을 통해 길의 가치와 철학을 꾸준히 알려 건전한 길문화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대성 기자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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