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기자의 이번 해프닝으로 비빔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으니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전주비빔밥은 평양냉면, 개성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음식의 하나로 한민족의 음식을 대표하는 것으로 손꼽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 한식이 중식이나 일식에 비해 저평가되어 세상에 덜 알려졌으나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져감에 따라 한식의 영양학적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비빔밥에 대한 외국인들의 찬사와 관심은 지대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색이 없는 전통 깊은 비빔밥이 맛의 고장인 우리 전주에서 나왔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전주만큼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전주비빔밥'처럼 '전주'라는 지명을 붙이지 않은 비빔밥은 '정통'이 아니라는 전주비빔밥에 대한 자부심을 백번 양보해서 우리의 비빔밥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우리 고장 전주 사람들은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모 여론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감도와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호감도가 거의 70퍼센트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로 엇비슷하게 나온 것을 보고 이웃나라와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시절 그들이 우리에게 해온 악행들을 떠올리면 쉽게 용납할 수 없는 뭔가가 있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굉장히 미래지향적이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인식이 한국인에 비해 투철하지 않은 일본이야 한국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만, 피해자로서의 관용을 베푸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의식수준이 높을 때라야 가능한 일이기에 우리 국민들의 마음 씀에 경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자기나라만이 최고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극우적인 사고방식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면 모를까 한국을 비하하는 말과 글을 일본인들도 어느 정도 여과할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이시하라 신타로를 대표주자로 하여 반한적인 말로 가끔씩 한국인의 심사를 뒤틀어놓는 사람들은 앞으로 일본 내에서도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이웃나라들은 우리를 도와주기 보다는 침략과 착취를 일삼았지만, 민족적 강인함이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게 되었다. 예로부터 먹을거리를 중요시하는 우리민족의 무엇이 오늘날 우리를 있게 만들었나를 생각하면 비빔밥도 김치도 자랑스럽기만 할 뿐이다. 열악한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도 버텨낸 우리이기에 앞날에 대한 희망 섞인 낙관은 유사 이래로 21세기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음식, 비빔밥의 정신은 IT산업에 가장 잘 적용되고 있는 중이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재료 그대로를 가지고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비빔밥이야 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텃밭에서 키운 야채가 주재료인 비빔밥은 생명을 함부로 하지 않는 우리 민족의 성품을 닮았으니 말이다. 최소한 누군가가 우리를 못살게 굴지만 않으면 세계 속에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식민지를 탈피하고자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일어난 6.25전쟁, 그 후로 60년이 되는 기간을 전쟁의 상흔을 이기고 열심히 살아온 한국인의 자존심을 지탱해주는 힘, 바로 이 비빔밥을 잘 몰라서 폄하했다면 그 비빔밥을 다시 공부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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