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자산이다] ­5.스토리가 생명
[길이 자산이다] ­5.스토리가 생명
  • 하대성
  • 승인 2010.01.2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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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소재 발굴, 전달자 양성이 과제
지금은 이야기 시대, 스토리 전쟁중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심청전, 조웅전 같은 전래동화를 듣고 자랐다. 학창시절엔 이솝우화 같은 서양동화도 접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선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얘기, 연예인에 대해 떠도는 소문 등에 귀를 세우고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꺼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왜 그럴까. 스토리가 애초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끌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로마의 명물인 스페인 계단을 거닐며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을 떠올린다. 일본 니가타현 에치고의 유자와 온천을 거닐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연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연가’의 이야기를 남이섬의 관광 포인트로 활용하는 등 관광 스토리텔링을 새로운 관광 기법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천후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길에 대한 재미있는 스토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걷는 길에서 길손들에게 전달할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보는 것만큼 듣는 것 또한 가치가 크다. 스토리가 관광의 핵심이듯, 길의 생명이다. 살아있는 스토리가 ‘길의 생사’를 좌우한다. 이미 정리된 관광문화자료, 전설, 설화등은 낡은 정보다. 박제화된 구닥다리가 많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줄줄이 뜬다. 대부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검색자들의 마음을 끌지 못한다. 매력 없는 곳에 가고 픈 사람은 없다. 새로운 스토리, 가공된 스토리를 개발하고 발굴해야 한다. 걷기 코스마다 마을을 경유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이야기의 매력 덩어리를 찾아야 한다. 마을 사랑방인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모여있다. 70, 80세 이상 노인들은 이야기꾼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채록, 정리해 도반들에게 들려줘야 한다. 인터넷이나 관광자료에 안 나오는 이야기다. 살아있는 마을스토리이자 훌륭한 문화자원 원형이다. 발굴해 가공,포장에 전달해야 한다. 로드 스토리텔러(길해설사)를 양성해야 한다. 길해설사는 문화유산해설사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순 있다. 지역의 생활양식과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에 별도 운영, 관리가 필요하다. 문화해설사가 관광 체류기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임은 잘 알려진 사실. 문화, 역사자원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과의 상호작용과 지역사회에 대한 차원 높은 이해를 얻게 할 수 있는 길해설사 도입이 요구된다. 길해설사와 길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할 경우 쌍방향 문화적 학습이 발생할 터. 학습 된 고객, 즉 단골이 생기는 것이다. 이 단골은 구전 마케터이다. 또 다른 단골을 만드는 열성팬이 된다. 홍성덕 전주대 교수는 “스토리텔링은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스토리는 개발되고 발굴돼 오고 있다.허나 진작 필요한 텔러는 부족하다. 이야기를 개발,가공,포장하는 것과 설명,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전달시스템은 사람이 될수도, 매체가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걷기에서 경유하는 마을의 경우,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이땐 일반 문화해설사보다 길 해설사가 체계적으로 해설과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안내판 역시 스토리 전달 매체다. 해설정보와 지도, 사진과 그래픽을 담을 수 있는 이차원적인 표지다. 설치비용이 저렴하고 디자인과 설치가 쉬워 애용한다. 표지판은 코스를 안내하는 역할도 하고 마을 유래 등을 전달한다. 흥미로운 관광지, 역사적 사실도 제시한다. 문구와 그림, 사진과 그래픽 등이 동원된다. 길 심벌과 연계하여 마을 전체의 표지판과 일관성을 유지하며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전문 디자이너를 활용한 표지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길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고 마케팅의 전략적인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지역의 음악과 무용은 길손들에게 지역의 삶을 엿보게 하는 좋은 소스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와 경제적 지원을 생산해내기 때문에 지역 전통예술 활성화에도 기여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재현 프로그램이나 공연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가 있다. 길손들의 문화적 체험 증대와 문화예술자원 발굴함으로써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디지털 스토리텔링기법도 효과적인 홍보, 유인책이다. 웹세대는 공간을 재현하고 장소를 주체적으로 생산하는 데 참여한다. 스토리를 다양한 매체 즉 디지털 영상, 텍스트, 음성,사운드, 음악,비디오, 에니메이션 등을 통해 공유한다. 공급자에 의한 콘텐츠 전달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인터렉티브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관심을 유발시킨다. 스토리를 멀티미디어 작업을 통해 정서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설화나 문학 등 무형의 문화자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작업은 탐방객과 문화적 공감대 형성에 매우 효과적 일 수 있다. 딱딱하고 상업적인 마케팅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스토리를 불어넣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잘 만든 이야기와 그것을 재미있게 전달해 줄 이야기꾼뿐이다. 걷기상품도 몸과 마음을 동시에 공략하는 스토리텔링으로 마케팅해야 한다.

정명희 전발연 연구위원은 “이야기꾼은 가난하다며 기피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스토리텔링은 이제 산업을 움직이는 거대한 손이다.”며 “앞으로도 우리 문화원형에 있는 흥미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새로운 원천 소스의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대성 기자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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