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의 리더십
정세균의 리더십
  • 김윤태
  • 승인 2010.01.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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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이끄는 정세균 대표에 대한 평가가 세간의 관심거리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예산안과 노동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무기력을 성토한다. 이에 비해 보수진영에서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강경노선만 주장하고 정치투쟁에만 몰두한다”고 비난한다. 무조건 반대만 하고 현실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정세균 대표로서는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사실 원내 의석 80여석이라는 숫자의 열세 때문에 역부족이다. 한나라랑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야당으로서는 몸싸움을 해도 여당의 횡포를 막기 어렵다. 그렇다고 야당 입장에서 미디어법, 대운하, 4대강 사업, 세종시 백지화에 좀처럼 타협하기 어렵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정세균 대표가 좌우협공을 받고 있지만 정치적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정세균 대표는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의 분열을 막았다. 2008년 18대 총선 직후 민주당은 사분오열되어 붕괴 직전의 상황이었다. 별로 노선 차이도 없는데 서로 상처를 주는 정치인들과 달리 정세균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다른 의원들을 거칠게 공격하지 않는다. 억울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제보다 의회제의 총리형 리더십에 더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이다.

둘째,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의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진두지휘한 역할은 큰 주목을 받았다. 마치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재보선에서 연전연승하면서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한 것처럼 정세균 대표의 정치적 힘도 선거를 통해 커졌다. 15% 수준을 맴돌던 민주당의 지지율도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5% 수준으로 올라갔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 야유를 받던 민주당에서 이명박 정부를 견제하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게 되기까지는 정세균 대표가 이끈 대여투쟁의 기여가 컸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이끄는 정세균 대표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더 노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당내 비주류를 자주 만나고 포용해야 한다. 당 외부에 있는 광범위한 진보세력과 힘을 모아야 한다. 미래를 향한 통합의 리더십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민주당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반MB’를 넘어 국민이 원하는 것을 대변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25%의 지지율에 머무는 것은 호남 등 전통적 지지층 이외에 광범위한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의 중도와 진보 성향 유권자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들은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동시에 복지국가의 강화를 요구한다. 교육, 부동산, 보육 등 생활과 밀접한 이슈에 관심이 많다. 이런 점에서 정세균 대표가 ‘뉴민주당 플랜’을 주장하고 ‘생활정치’로 강조하는 전략은 시의적절하다. 최근 일본 민주당은 ‘생활정치’를 내세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경험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생활현장을 파고드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더 많은 유권자를 결집해야 한다. 정대표의 저서 <정치 에너지>의 부제대로 “더 진보적이고, 더 민주적이고, 더 서민적으로” 민주당을 이끌어야 한다.

둘째,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민주당 혼자의 힘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이미 진보세력은 5개 정당으로 분열되어 있다. 분열은 진보세력에게 독약이다. 2009년 독일 총선에서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이 분열되자 진보세력은 참패했다. 반면에 2008년 대선에서 미국 민주당은 ‘오바마매니아’를 통해서 젊은 유권자의 폭발적 지지를 이끌어낸 사례는 귀감이 될만하다. 이런 점에서 정세균 대표가 최근 지방선거에서 ‘범야권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제안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진보적 정당과 시민단체를 망라한 5+4 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책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다양한 정치세력과 유권자를 하나로 모으는 ‘연합정치’가 성공한다면 정세균의 리더십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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