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떻게 내야 하나
3> 어떻게 내야 하나
  • 하대성
  • 승인 2010.01.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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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는 살리고 인공시설은 줄이고
혼자 걷는 것이 좋을까, 여럿이 함께 걷는 게 나을까. 나름대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걷기가 생활이었던 옛 사람들은 어떤 것을 선호했을까.

“도보로 산책하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혼자여야 한다. 단체로, 심지어 둘이서 하는 산책은 이름뿐인 산책이 되고 만다. 그것은 산책이 아니라 오히려 피크닉에 속하는 것이다. 도보로 하는 산책은 반드시 혼자 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유가 그 내재적 속성이기 때문이고, 마음 내키는 대로 발걸음을 멈추거나 계속하여 가거나 이쪽으로 가거나 저쪽으로 가거나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걷기 챔피언 옆에서 뛰다시피 따라 걷거나 데이트하는 처녀와 함께 느릿느.릿 걷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보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세렌지방 유랑기>를 지은 스티븐슨의 말이다. 스티븐슨의 말처럼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의 폭은 어느 정도면 될까. 1m인가,1.5m인가.

도보여행이 늘면서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걷는 길 만들기 열풍이다. 도보 길을 만드는 것은 자동찻길을 만드는 것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든다. 또한, 더 자연친화적이고 더욱 인간중심적인 일이다. 지자체마다 막대한 예산을 부어 길 조성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길을 내는 것이 아닌 길을 만들려고 하니 길을 도리어 망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가이드라인이 없어 길 내기가 주먹구구식이다.

길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길을 이해해야 한다. 길이 무엇이며(정의), 어떻게 내야 하는가(설계·조성), 또한 길 안내시스템과 관리·운영 및 길 관련 갈등관리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 만만찮은 작업이다.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정명희 전발연 녹색성장팀장은 “길은 다양한 테마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현재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새로운 지역관광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다.”며 다양한 자원의 연계성을 고려해 길의 완성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길은 길어야 한다. 코스가 짧으면 체류형 탐방보다는 경유형 탐방으로 흐를 소지가 많다. 탐방객의 지속적인 걷기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테마 코스의 길을 지속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그는 장거리 체류형 코스를 강조했다. 제주 올레의 경우 과거 2-3일의 짧은 자원중심 관광에서 해안과 오름 등을 잇는 3개월 이상의 장기 체류형 길을 계획하고 있다. 지구촌 걷기 마니아층을 겨냥한 구상이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길은 구멍가게와 주막이 있어야 한다. 길을 걸으며 다양한 볼거리,먹을거리,체험거리,구매할 거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수익시설과 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도내에는 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산림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체험마을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마을들이 구멍가게와 주막 역할을 하면서 걷기 코스를 연결하면 지역 주민들의 소득창출과 연계할 수 있을 게다.

김보국 전발연 연구원은 “길은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 이어야 한다. 탐방객이 볼거리가 있는 길을 찾는 것은 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경관과 자연자원의 특성 때문이다.”며 과도한 인공적 시설을 경계했다. 탐방자원 내에는 길손들의 안전을 위한 안내표시 외엔 가급적 시설 설치를 배제할 것을 권했다.

박경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길은 다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코스를 완주하든, 중간에 그만두든, 귀가 교통수단과 연결이 돼야 한다. 특히 가족단위 걷기여행의 급증을 고려한 교통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자가용 상용화시대를 감안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순환교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접근성에 방점을 찍었다.

길 전문가들은 길 개설시 자원의 연결성과 자원 간 특성을 감안해 지역차원의 자세한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단위 계획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단위계획은 지역 내 존재하는 숨겨진 자원을 찾고 대중화된 자원과 조화롭게 연계시키는 작업이다.

2008년 전발연에서 전북 걷는 길 조성을 위한 지표별 적지분석을 통해 도출된 개략적인 길유형을 보면 4가지로 잡고 있다.

제1축은 군산-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고창까지 이어지는 해안생태문화축이다. 해안경관과 어촌지역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코스다. 제2축은 강 길을 중심으로 한 하천생태문화축이다. 전북에는 금강,섬진강,만경강 등 발원지가 있다. 중요한 자원이다. 제3축은 동부산악권을 중심으로 한 보전 생태축인 백두대간 산악자원생태문화축이다. 제4축은 역사문화생태축으로 삼남대로를 중심으로 옛길과 역사자원이 집중된 곳이다. 유형별 대표적인 길을 보면 해안생태길은 금강하구둑 걷기,새만금·변산·고창 해안길,고창 청보리밭길, 고창읍성 성곽길과 고인돌길 등을 들수 있다. 하천생태길은 만경강길,천주천길,섬진강길,섬진강 문학길을 꼽을 수 있다.역사문화길은 아리랑 역사기행길,일제수탈 근대사길,동학혁명길이고 자연생태길은 나제통문길,논개의 충절길, 흥부 철쭉길 등이다.

2001년 한국관광연구원에서 조사한 전국민 여행행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1명이 1년 동안 철새도래지,갯벌,습지 등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한국공원휴양학회가 전국 5대 도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역시 30% 이상이 여행중 가장 선호하는 활동을 자연생태관광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11년 체험관광 잠재수요를 76,694,998명으로 예측해 지속적인 생태관광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최근 관광의 추세가 개성중시, 독창적 가치관 형성을 지향하는 사회문화 전반적 분위기가 과거의 수동적인 관람형관광에서 모험,탐구여행 등의 문제 해결식 체험관광으로 변화되고 있어 생태관광 또는 체험관광 목적의 걷는 길 이용객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

“길은 낼 탓이요. 길은 걸을 탓이다.”“길은 낼 탓이요. 일은 할 탓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길은 돈으로 내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경험,켜켜이 쌓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여러 사람의 중지와 정성을 모아서 내는 것이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져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사람과 사람들의 마음마저 이어지는 길, 그러한 길들을 사람들은 걷고 또 걷는 꿈을 꾼다.

하대성기자 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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