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有終)의 미(美)
유종(有終)의 미(美)
  • 이상윤
  • 승인 2009.12.29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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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 밤은 섣달 그믐. 이날 밤은 제야(除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 특히 제야는 회한(悔恨)과 미련이 범벅이 된 한 해의 마지막 밤이다. 지나 온 날을 되돌아 보면 기쁨도 있고 만족도 있으나 후회와 불만도 가득하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사다난이란 말을 곧잘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말처럼 진부한 표현은 더 없을 것이다 만 역시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서 이처럼 적절한 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갈림길에 서있는 우리는 이제 어제를 버려야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내일을 선택해야 하는 삶의 이정표에서 많은 감정의 기복들이 피어오른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였는가를 되물으면서 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국가적으로 올해는 큰 일도 많았다.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고 김수환추기경이 선종하였다. 특히 신종출루란 변종 바이러스의 유행에 온통 지구촌이 떨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 우리 야구 대표팀의 세계 제패.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등 마냥 국민에게 웃음을 주었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무었보다도 경제 위기를 맞아 한층 살림살이 주름살만 늘어나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아픔이 가장 뚱딴진 서러운 일일것이다. 지나가는 한 해와 함께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도 같이 떠내 보내지 못하고 새해에도 별 희망을 느끼지 못할 불안스런 마음으로 맞이하는 제야가 결코 반가 울 수만은 없다.

▼제야나 송구영신의 의미는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라는 묵시적 강요가 들어있는 단어다. 그런데 서민생활엔 아랑곳없이 이 전투구먼 하는 정치권의 추한 행위로 아픔만 더하고 있다. 만날 때보다도 헤어질 때가 중요하고 끝이 좋아야 모두가 좋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의미 있는 마무리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유종의 미를 이루는 제야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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