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동지
  • 장용웅
  • 승인 2009.12.17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진이의 시에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둘에 베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두었다가 님오신 날에 길길이 펴리라’ 님을 기리는 여인의 소박한 마음이 너무나 애절하게 표시된 시라 만인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따뜻한 동짓밤에 홀로 있고자 하니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가를 이 시를 보면 너무나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있다.

▼내일이 동지(冬至)날이다. 24절기의 스물두 번째로 대설의 다음번째 오는 날이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길다. 동지를 지나면 하루에 30초씩 낮이 길어진다고 한다. 옛날에는 동지를 설날이라고 해서 왕실에서는 세해 달력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동지사라고 해서 이쯤해서 사신을 중국에 보냈다.

▼이날의 대표적 행사는 팥죽을 쑤워먹는 일이다. 팥죽을 쑤워먹는 일은 팥죽을 먹어야 나이 한살을 먹는다는 오랜 전통이 있었고 팥죽은 여러가지 잡신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대문이나 부엌, 광 등에 뿌려놓는다. 그리고 팥죽을 서로 나눠 먹으면 추위를 타지 않고 공부를 방해하는 마구니들을 멀리 쫓아낸다는 풍습이 있다.

▼동지에는 김장도 다 담그고 방안에서 편히 쉬는 것이 일반적인 풍속이다. 그래서 시식도 다양하다. 겨울 음식에는 냉면이 있다.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김치국물에 꿩고기, 무김치 혹은 돼지고기, 배, 달걀 삶은 것 등 고명을 하고 식초와 고추 다지기, 혹은 후추와 겨자를 넣고 얼음을 둥둥 띄워 그릇에 담고 뜨거운 방에 들어앉아 먹으면 최고의 일미다.

▼또 겨울 음식에는 동치미가 있다. 동치미는 김장과 함께 담그기도 하고 수시로 담그기도 한다.무우를 숭덩숭덩 썰어 큼직하게 담는다. 국물이 넉넉하게 해야 좋다. 여기에 배나 고추를 넣으면 맛이난다. 뜨거운 방에 누워서 동치미 한그릇 먹으면 마치 사이다를 먹는 기분이며 속이 시원하다. 이런 것들이 동지에 만끽하는 우리 선인들의 즐거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