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건배사
국회의원의 건배사
  • 이상윤
  • 승인 2009.12.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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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친지 또는 친구들, 직장동료, 동창·동호인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해를 보내면서 마시고 즐기는 송년 모임은 연말 풍경의 하나다. 서로 술잔을 부딪쳐가며 축원이 담긴 덕담의 건배사는 믿음과 정을 두텁게 하며 정신적 결속을 다진다.

▼올해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건배사는 연말 분위기를 보여준다. 건배 습관은 술잔을 들고 말을 하고서 마시는 대작(對酌) 음주문화권의 나라 사람들에게서 성행했다고 한다. 대작문화의 음주방법을 건배라고 하는데 중국사람이나 러시아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마다 축원하는 말을 한마디씩 한다는 것이다.

▼건배는 옛날 영국사람의 음주습관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벌꿀 술잔에 토스트 한 조각을 띄어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토스트가 술에 적셔져 가라앉은 후 일제히 ‘토스트’하고 외치며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토스트’가 건배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술잔을 주고 받으며 따라 주는 수작(酬酌) 음주문화권으로 건배에 익숙지 않았다.

▼그러다 건배 축원으로 등장한 것이 ‘위하여’다. 모든 것을 위하자는 의미의 건배는 오랫동안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만들어진 건배사는 무궁무진하다. ‘나가자’ 즉 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 라든가. ‘오징어’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또는 ‘개나발’처럼 자칫 듣기 민망스런 것도 있다. 즉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란 것이다.

▼요즘 국회의원들의 송년 술자리가 잦다는 보도다. 낮에는 서로 거친 말 오가면서도 술자리에서는 폭탄주에 ‘러브 샷’에 화합주 등 화기애애하단다. 궁금한 것은 이들의 건배사다. ‘자신들만 위하자’는 것. 아니면 ‘나라와 국민을 위하자’는 말도 하는지 말이다. 아쉽게도 보도를 보면 누구를 배신하면 죽는다는 ‘○배죽’이니 특정 주군을 좋아한다는 ‘좋아해’를 즐겨 쓰더라는 것이다. 이런 건배사는 유행하지는 않겠지?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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