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총장 칼럼
서거석 총장 칼럼
  • 박기홍
  • 승인 2009.11.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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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육성에 힘 모아야

<서거석/전북대학교 총장>

중국의 고전 『순자(荀子)』에는 ‘일수일확(一樹一穫)하는 것은 곡물이고, 일수십확(一樹十穫)하는 것은 나무이며, 일수백확(一樹百穫)하는 것은 사람이다’는 대목이 나온다. 나라의 미래는 인재양성에 달려있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는 더욱 그렇다. 195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이를 통해 육성된 인적자원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불과 반세기만에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인 ‘사람’을 통해 기적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북은 이러한 기적을 만들 인재가 없어 걱정이다. 먹고사는 문제나 교육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서울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50만 인구를 자랑하던 1960년대는 차치하고라도 1990년에 207만이던 전북 인구는 19년 만에 22만 명이 줄어 현재는 185만 명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150만 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한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그 심각성이 보인다. 지난해 우리지역 4년제 대학 전체의 평균 충원율은 86.8%였다. 이는 16개 광역시도 중 15위로 전국 평균 충원율과는 7.5%, 수도권과는 10% 가깝게 차이가 난다. 이런 결과는 상대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는 반증이다.

전북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인재의 육성·관리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지역대학, 기업, 지역사회 등이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대응하여야 한다.

이를테면 지방정부는 인재들이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인재들이 지역에 애정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역대학은 지역 성장 동력산업에 대한 역량 집중과 산·학·연 종합연구단지의 활성화를 통하여 지역출신 우수인재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또한 유출된 인재가 U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지역대학 스스로도 획기적으로 체질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그 방향은 경쟁력 제고가 중심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지역대학들은 그동안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외면하지 않았는지 겸허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연구와 교육에 열과 성을 다했는지, 특성화 분야의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명품 학과’를 얼마나 많이 육성했는지, 그리고 학생들을 좋은 기업에 취직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냉철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아울러 학부모와 고등학교 등 지역사회가 나서서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지역대학에 보내주어야 한다. 무작정 수도권 소재 대학에 보내는 것만이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대학의 면면을 자세히 살피고 분석하여 수도권 대학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대학이라고 판단되면 지역대학의 진학을 권유하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 지역을 위해 바람직하다.

끝으로 지방정부나 기업, 지역사회는 지역대학이 인재양성에 진력할 수 있도록 장학기금이나 발전기금 등의 후원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대학만의 몫이 아니며, 지방정부나 지역사회, 기업들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이라는 보고서에서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우수 인재’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을 ‘명품 전북’으로 만들어갈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이겠는가. 우리 함께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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