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초록도시국장> 시·군 행정수요 달라, 독립적인 자치단체 운영 필요
<최두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초록도시국장> 시·군 행정수요 달라, 독립적인 자치단체 운영 필요
  • 김한진
  • 승인 2009.11.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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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주 통합 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민들의 자율적인 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말로는 자율통합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행정안전부가 중심이 된 ‘타율통합’ 추진에 가깝다.

모든 일정은 행안부가 일방적으로 정해 순서대로 추진되고 있다. 심지어 여론조사 시점도 전략적으로 선택되고 있다. 처음에는 10월 달에 한다고 발표하더니 실제로는 11월에 하고 있다.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임의적으로 여론조사 시점을 조정한 것이다. 말로는 자율통합이라 하면서 실제로는 행안부가 유?무형의 압력과 조정(?)으로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아무런 법적 장치도 없는 ‘통합 지원책’을 남발하고 있다.

시?군을 통합하면 자치권 강화와 주민복리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지방자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공통적으로 ‘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 규모가 클수록 주민참여는 어렵고 행정의 문턱은 높아진다. 또한, 주민들의 정치적 접근성과 대표성이 발현되기도 어렵다. 주민들의 투표로 구청장과 의원을 선출하는 서울시의 각 자치구청 인구가 10만-40만 명 인 경우가 많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해 인구 70만 통합시를 갖는 것은 서울과 비교해도 자치단체 규모가 너무 크다.

무엇보다 도시형 행정수요가 절대적인 전주와 달리 완주군은 대부분이 농촌 지역이다. 즉, 양 시군은 행정 서비스의 형태가 다르고, 지역적 특성도 다르다. 통합이 전주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완주군민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첫째로, 70만 통합시가 된다면 인구 8만의 완주군민들의 정치적 민의 대변 기능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지금처럼 독자적인 군수와 지방의원을 둔 체제와 비교하면 정치적 문턱은 높을 수밖에 없으며 행정편의와 정치적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 농업에 기반을 둔 완주군민들의 경제적 이익이 현재보다 더 잘 지켜질 가능성이 낮다. 광역행정체제는 아무리 양보해도 결국은 도시행정에 치우쳐 농촌 지역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완주군은 농촌형 행정체제의 특성상 정부의 각종 지원과 보조 등으로 인구대비 예산이 전주보다 월등히 많다. 이런 현재의 지위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행안부가 시군통합이 되어도 현재와 같은 예산규모를 5년간은 보장한다고 하지만, 이는 5년 후에는 지금보다 예산을 줄인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지방자치단체 규모가 큰 나라를 찾기 어렵다. 대다수 지방자치제도를 가진 나라의 자치단체 규모는 우리와 비교해 아주 작은 편이다.

이는 각종 지방행정에 주민참여를 더 쉽게 하고, 주민밀착형 행정체제가 주민복리 증진에 더 기여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물론 최근 여러 나라에서 자치단체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만 명 단위 자치단체를 인근 자치단체와 통합하는 수준이다. 우리처럼 광역 자치단체를 만드는 수준의 대규모 통합은 거의 없다.

시군 통합이 뜻대로 잘 되지 않자 행안부는 시군통합에 반대하는 군 지역 단체장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혔다. 시군통합에 반대하는 단체장을 고발하려면 찬성하는 단체장도 고발해야 이치에 맞다.

일예로 전주시장은 수 십 년간 논쟁이 되어온 전주?완주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요금 단일화 결정으로 전주시는 매년 버스회사에 약 20-3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통합 여론조사를 앞두고 완주군에서 찬성 여론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행안부는 이처럼 찬성을 유도하는 관권개입 단체장도 고발해야 한다. 통합에 반대하는 단체장과 반대운동을 지원하는 힘없는 군 지역 단체장을 관권개입 운운하며 고발하려면, 찬성운동을 하는 단체장도 고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군통합 논의가 갈등과 반목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법적 지위가 없는 민간기구의 무리한 통합 추진, 완주군민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소외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마련 미흡, 자치와 분권 원리에 맞지 않는 행안부 주도의 통합추진에 원인이 있다.

전주와 완주의 특성을 고려할 때 통합보다는 독립적인 형태의 자치단체 운영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즉, 전주는 전주대로, 완주는 완주대로 자기색깔에 맞는 주민밀착형 행정체제가 주민복리 증진에 더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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