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 호남지역 곳곳 누비며 일제에 강력항거 '민족의 영웅'
한말, 호남지역 곳곳 누비며 일제에 강력항거 '민족의 영웅'
  • 하대성
  • 승인 2009.10.2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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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장 전해산은 누구인가
충절과 의리를 소중하게 지켜온 호남인들은 임진왜란 때에도 빈사상태에 빠진 나라와 민족을 구했고 병자호란 때에도 의병대열에 앞장섰다. 또한 갑오년에는 자주독립과 봉건질서 타파를 위해 동학 농민전쟁을 전개했다. 일제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 국권회복 투쟁에 나섰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말 의병투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병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의병에 대해서 의병 스스로 그 뜻을 풀이 하거나 정의(定義)를 해 놓은 것은 없다. 박은식선생은 (한국통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병은 민군이다. 나라가 위급할 때 즉시 일어나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종군하여 싸우는 사람이다. 의병은 우리 민족의 국수國粹이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수많은 외침으로 점철되어왔다. 그때마다 의병이 일어나 관군을 도우거나 관군을 대신하여 외적을 물리쳤다. 가까이는 임지왜란 때 일본군을 물리친 것이 의병이었고 고려 때 몽고군을 물리친 경우가 그러하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의병의 뿌리는 깊다. 따라서 한말 토왜의병 討倭義兵은 이 같은 민족사의 맥락을 이어 일어난 것이지 단순히 배일 감정으로 인해 일어난 우발적인 것은 아니다. 1895년 일제의 흉모에 의해 일제 군경과 폭도들이 궁궐을 침범하여 왕비를 무참히 살해하자 본격적인 의병이 일어나서 경술국치 (1910년) 때까지 토왜전이 펼쳐졌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빼앗으려는 만행이 점차 노골화되었기 때문에 의병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던 것이다. 의병의 구성원을 보면 처음에는 유생중심이었지만 점차 농민, 포수, 군인 등 민족 전체가 참여했던 것이니 10대 소녀에서 부터 칠순이 넘은 노인 부녀자들까지 참여하였고 이들은 온갖 고초를 무릅쓰고 일제를 물리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것이다.

“을사늑약으로 의병이 들끓던 여느 지방과는 달리 조용하기만 했던 호남에도 1906년 6월 들어 의병이 일어났다. 의병을 일으켜서 국권을 회복하라 는 고종의 밀조를 받은 정원집은 경기도 광주에서 탈출하여 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해산을 찾아왔다. 인근 지역에서 활약하던 10여명 의진 의병장들이 모여 “호남 동의단”을 창단하고 전해산을 의병대장으로 추대하기에 이르렀다. 1909년 전남 함평에서 전해산 외 두 명 의병장이 이끄는 연합의진 330명의 의병과 일본군이 충돌하였다. 일본군의 사상자가 많이 나오자 일제는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일제는 수비대와 경찰, 일진회 중심의 수많은 밀정을 풀었다.

전해산은 피신하면서도 전투에서 노획한 무기와 화승총을 개조한 천보총으로 무장하여 장성, 영광, 나주, 함평, 무안 등 전남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전해산은 전북 장수로 와서 다시 의병을 일으킨 계획을 세우고 은신하던 중 체포되고 말았다. 광주지방 재판소에서 교수형을 받은 후 대구 공소원에서 공소가 기각되고 고등법원에서 상고마저 기각되어 순국했다. 전해산 사촌형 (기현) 은 대구에서 시신을 운구해 와서 장례를 치른 가운데 전 의병장 아내 김해김씨가 음독자결을 했다. 전의병장의 유해는 부인과 함께 쌍 상여로 나갔다. 경술국치 1910년 9월 8일이다.”<한국 독립운동사>

전해산 의병장 부부묘소는 전북 장수군 번암면 신원리 길옆에 초라한 모습으로 모셔져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또 무주 칠연계곡에는 칠연의총이 있는데 의병장을 비롯해 100여명의 의병이 잠들어 있다. 임실군 성수면 소충사에는 이석용의병장과 28명의사들이 모셔져 있고 성역화 되어 있다. 임실 (이석용), 무주 (신명선) 의병장의 묘소도 성역화 되어 있는데 장수 (전해산)의병장은 길가에 묘소 가는 길 팻말도 없고 묘지도 일반들과 똑같다. 이름 없는 들풀처럼 그렇게 쓸쓸히 모셔져 있다. 나라를 위해 산야를 누비면서 왜적과 싸우다가 순국한 의병들의 얼을 기리고 받들어야 할 것이다.

강명자 도민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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