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전라북도의회 민주당원내대표> 쌀값대란,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김병윤 전라북도의회 민주당원내대표> 쌀값대란,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 이수경
  • 승인 2009.10.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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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황금빛 들녘이 한 폭의 수채화 마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봄에 모를 심은 이후부터 흘린 땀방울이 누런 나락으로 변하여 바야흐로 농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추수철이 된 것이다. 이제 들판에서는 탈곡기의 굉음과 함께 농민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한바탕 풍년가가 울려 퍼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들여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농민들이 영근 벼이삭으로 채워진 논을 갈아엎고 관공서를 찾아 절규하는 이유는 바로 끝없이 하락하고 있는 쌀값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지난 9월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4만 6,97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가 떨어졌고, 조곡 40kg 한 가마 가격은 4만 6,294원으로 지난해 5만 5,849원보다 무려 17.1%(9,555원)나 급락하는 등 산지 쌀값 하락세가 쌀값대란이 발생한 지난 2005년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농민들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금년산 벼 작황은 일단 평년작 수준인 469만여 톤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재고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햅쌀까지 쏟아져 나오게 되면, 앞으로 추가적인 쌀값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 달 21일 수확기 산지 쌀 수급안정을 위해 벼 매입자금을 1조원 규모로 늘리고 농협중앙회도 지난해 수준으로 산지조합에 대한 벼 매입자금을 지원토록 하여 총 242만 톤가량을 사들여 생산량의 50%가량을 매입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비축벼 매입량은 올해 37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3만 톤이 감소했고, 벼 매입자금을 1조원으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증액된 액수가 약 5만 톤 정도만을 더 살 수 있는 800억 규모에 불과할 뿐이어서, 이미 현실로 다가온 쌀값대란을 막을 수 없는 안이한 대책일 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벼 매입량을 크게 늘렸다가 수백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산지농협에 지난해 수준의 벼 매입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쌀값대란의 조짐이 나타날 때부터 농민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쌀 매입을 확대하고 시장으로부터 재고쌀을 격리시켜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러한 농민들의 요구를 듣지 않고 민간과 시장에 책임을 떠넘김으로써 현재의 쌀값대란을 초래케 했다.

전라북도 역시 지난 달 28일, 168억원을 지원하여 1만 2,000여 톤을 추가로 긴급 수매하고 수출물류비 확대 지원을 통해 500톤의 쌀 수출 물량을 늘려 나가는 등의 종합대책을 조기에 확정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홈쇼핑 택배비 지원을 통한 ‘범도민 전북쌀 팔아주기 운동’으로 1만 4,000톤을 판매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에 공공비축 물량확대와 농협 차액 수매제도 도입 등을 강력하게 건의키로 했다. 내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7,004억원을 투자해 고가 브랜드쌀 육성과 쌀 수출확대, 쌀가공식품시설 현대화 등 중장기 수급안정 대책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와 전라북도의 쌀값 하락 대책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정부가 사실상 쌀값대란을 민간부문에 떠넘기고 국내 소비촉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쌀값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임시방편적인 대책에 의존하지 말고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 쌀값 폭락의 원인이 바로 쌀 재고에 있기 때문에 대북 쌀지원 재개 등을 통한 안정적인 쌀소비 대책이 필요하다. ‘쌀 소득보전 직접 지불금’(쌀 직불금) 지원의 확대와 ‘밭직불금’ 지원과 관련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농자재가격 상승으로 피멍이 든 농심(農心)이 수확기를 앞두고 흉흉해지고 있다. 쌀값 안정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진정 어린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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