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선 전주대학교 영미언어전공 교수> 한글의 세계화와 영문이름표기
<양병선 전주대학교 영미언어전공 교수> 한글의 세계화와 영문이름표기
  • 이수경
  • 승인 2009.10.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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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반포 563돌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원’, ‘한글학교’, ‘세종학당’ 등 지원부처나 이용 대상에 따라 달리 운영되어 왔던 한국어 보급기관을 ‘세종학당(King Sejong Institute)’이로 통합 관리하기로 하고 2015년까지 전 세계 500곳으로 확대하여 국가브랜드로서의 한글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이시주 부톤섬에 위치한 바우바우시는 이 지역토착어 찌아찌아어(사용인구 6만 여명)의 공식문자로 한글을 표기어로 채택하였으며 다른 부족이나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진정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한글 브랜드화 및 세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의 영문이름 표기방식의 통일이다. 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한 청소년 국가대표의 유니폼에는 MINWOO(김민우), SUKYOUNG(윤석영)으로 이름을 붙여 적고 있으나 FIFA 공식 홈페이지에는 Kim Min Woo, Yun Suk Young으로 각각 띄어 표기하고 있다. 반면, 21회 크로아티아 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U-19 대표선수들은 HYUNG GEON(박형건), MIN HO(하민호)로 이름을 각각 띄어 적었으며, 중국 첸진의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참석했던 남자농구대표선수 및 인도 첸나이의 제23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석한 여자농구대표선수는 YANG H.J.(양희종), HA E.J(하은주) 등으로 성과 이름의 약자에 의해 각각 표기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공식 표기는 Hee-jong YANG, Eun-Joo HA, Jung Eun Kim으로 적고 있다. 제1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 녀 배구 국가대표팀은 C. W. PARK(박철우), K. J. LEE(이강주) 등으로 유니폼에 적고 있으나 이들의 공식이름은 Chul-Woo PARK, Lee, Kang-Joo 등으로 각각 달리 표기하고 있다.

우리들의 성 표기는 더욱 더 다양하고 혼란스럽다. 63,000여 건의 여권 영문성씨표기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23개, ‘정, 유’17개, ‘백’16개, ‘곽, 서’14개, ‘권, 엄, 류’13개, ‘박’12개, ‘노, 임, 염’11개, ‘이’ 10개의 각각 다른 영문 표기가 사용되고 있다. 조사된 129개 성씨는 평균 4.47개의 다른 표기가 사용되고 있으며 20대 성씨만을 고려하면 평균 9.09가지로 표기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운 실정이다. 성씨를 다양하게 표기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성씨의 수에 비해 단순한 한국인의 성씨를 구분하는데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거나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에 해당되어 자기 결정권의 대상이므로 영문표기법이 마련되어 이를 강제할 경우 위헌소지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표준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도 있다. 하지만 같은 한글로 표기되는 성씨가 서로 다른 로마자로 표기되는 것은 한글의 국제화와 세계화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새롭게 구성된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국어심의회 위원의 선임을 계기로 2000년 개정·고시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별도로 정하기로 하였지만 논의가 중단된 채로 9년 여 동안 표류하고 있는 영문성씨표기방식을 하루빨리 확정하여 한글의 국제브랜드화 및 세계화, 그리고 국가경쟁력강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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