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교원평가제 서두를 일 아니다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교원평가제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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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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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법제화와 상관없이 내년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거기에 더해 일부 언론에선 교과부의 ‘교원상벌제(안)’ 실시 방침을 보도했다. 교원상벌제란 우수교사에겐 연구년(안식년)을 주고, 무능교사는 장기연수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당마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교원평가제의 평가방법은 교장의 교사평가, 동료교사간 평가, 학부모?학생 만족도 조사 등이다. 그동안 논란거리였던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는 제외됐다. 또 평가 결과를 임금이나 승진 등에 연계시키지 않도록 했다.

애초의 안보다 많이 후퇴한 내용인데, 법제화 과정에서 어떻게 확정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교원상벌제 실시를 서둘러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교원평가는 교사 퇴출을 위한 것이 아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강변의 후속조치인 셈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무엇을 평가할지가 애매하다. 그리고 그 무엇이 구체적으로 정해진다해도 지금 이 땅에 만연해있는 입시지옥의 현실에선 결국 ‘공부하는 기계’ 만들기의 교원 양산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가령 일반계고를 예로 들어보자. 결국 훌륭한 교사는 강제적.획일적 야간자율학습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밤 11시까지 졸지 않고 감시 잘하거나 잡아두는 선생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훌륭한 교사이겠는가?

또 교사의 법정 정원률이 자꾸 내려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두 개 과목을 담당한 교사의 슈퍼맨화 되기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전공 아닌 과목을 맡아 가르치는 것도 이미 불법인데, 교사는 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가열차게 범죄자가 되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도 무릇 상치교사가 자신의 전공 아닌 교과를 가르치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수업만족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더욱 의아한 것은 교원평가제가 대세라고 몰아가는 언론이나 학부모들이 이런 학교현실을 알고 그런 주장을 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교원을 평가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제도부터 강행하려는 것이라 문제인 셈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사교육비 경감방안이라는 것을 이것저것 내놓고 있지만, “공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이 교원평가제”라는 교과부 장관의 인식은 매우 ‘정치적’으로 보인다.

일례로 교사의 법정 정원률이 높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8교육정책분야별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중등교원 확보율은 80.4%에 불과하다. 2005년말 연간 5,500명이상 신규교사 채용으로 교사의 수업시수 및 학급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무색할 지경이다.

교원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정부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명박대통령이 후보시절 내걸었던 공약이행 차원이거나 여론 등에 밀려 교원평가제를 서둘러 강행하려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장차 교원평가제는 실시되어야 하지만 그렇듯 뭐에 쫓기듯, 서두를 일은 아니다. 교원에 대한 평가는 교사들 개인의 문제만으로 끝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교육의 운명,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아주 중대한 문제이다. 교사에게 상처 입히는 강행도 안되지만, 부작용을 예고하는 졸속 또한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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