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규-결혼주례 500쌍 선 고재흠씨
신영규-결혼주례 500쌍 선 고재흠씨
  • 하대성
  • 승인 2009.09.10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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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인륜의 대사이자 성숙한 어른의 삶으로 살아가는 첫 관문입니다.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결혼은 최대한 성스럽고 아름답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난 6일 오후 1시,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선플라워(예식장)2층 웨딩홀엔 많은 하객들로 붐볐다. 이날의 주인공은 신랑 한승주(29ㆍ울산 고려리비죤근무)군과 신부 김태경(27)양. 그러나 신랑신부 못지않게 축하를 받아야 할 주인공은 또 있다. 다름 아닌 이날 주례를 맡게 된 수필가 고재흠씨다.

고 씨는 이날 이들 결혼에 맞춰 주례 500쌍을 서게 되는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는 주례를 구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 제때 결혼식을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주례를 서 주고 가정의 중요성과 충효사상 등을 강조하는 전문 직업주례자다.

이날 결혼식장에서 만난 신랑 한승주씨는 “사전 준비가 안 돼서 직업주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뒤 “고재흠 선생이 서게 될 주례가 자신의 결혼주례 500쌍에 해당함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씨는“아내를 사랑하고 자신의 발전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살고 싶다.”며 결혼에 대한 부푼 소회를 피력했다.

이에 고 씨는 주례 500쌍 돌파 소감을 묻자 “한 쌍 한 쌍 늘어날 때마다 몸가짐이 조심스럽다.”며 “신성한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에게 덕목이 될 만한 말을 많이 해주는 게 주례자의 책임이고 앞으로 1천 쌍까지 주례를 서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고 씨가 처음 주례를 선 것은 10년 전 공직 퇴직 후 친척 결혼식 때부터다. 그 뒤로 주변의 지인이나 일가친척들의 초청에 의해 주례를 서다 보니 예식장에서도 이를 알고 직업주례로 나서달라고 주문이 있었다는 것. 그때부터 조심스럽게 서게 된 주례가 모아져 어느덧 500쌍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선플라워 부장 배숙자(45) 씨는 주례자 고 씨에 대해 “자녀교육관이 투철하고 효성이 지극하여 그를 직업주례로 쓰게 됐다.”며 “무엇보다 주례사 때 음성이 맑고 발음이 정확하며 목소리가 커 듣는 사람이 이를 똑바로 인식하고 있는 게 좋은 점”이라고 그의 직업주례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고 씨는 주례의 자격을 나름대로 정해놓고 있다. 즉, “아들을 낳지 못한 자, 아들을 잃은 자, 상처한 자, 부모에게 불순불효한 자, 결혼하지 않은 미혼자, 형제간에 우애심이 없는 자, 친척 간에 화목하지 못한 자,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전과자)이 되는 자는 주례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고 씨는 주례를 설 때 맨 처음 날씨 얘기로 말문을 연다. 예를 들어 “오늘따라 날씨도 쾌청한 걸 보니 하느님도 역시 오늘 신랑신부의 새 출발을 축복하는 듯싶습니다.”하고 그날의 날씨를 보고 멘트를 구사한다. 그리고 신랑신부에게 빼놓지 않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 첫째, 부모님께 성심을 다하여 효도할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사회 윤리 도덕이 타락해져 가는 작금의 세태에서 부모님께 효도함은 사람됨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나를 낳아서 기르고 가르쳐 성혼까지 시켜주심은 평생 동안 성심을 다하여 봉양한다 해도 부모의 은혜를 갚지 못한다는 것. 고 씨는 올 봄 자신의 어머님이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지극정성을 다하여 어머님을 봉양했던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이런 그가 어찌 결혼 주례사에서 효에 대해 말하지 않으랴. 이어 동기간에는 믿음, 의리, 신뢰, 화목, 사회봉사를 강조하고, 부부간에는 서로 인격을 존중하며, 사랑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부귀보다도 더 강하게 등등 이해하기 쉬운 말로 주례사를 이어간다.

또 하나 그가 주례사에서 강조하는 건 사랑이다. 우리 사회의 사랑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부모자식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동기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이 있는데 이 중에서 부부의 사랑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결혼은 3주를 만나고 3개월을 사랑하고 3년을 싸우고 30년을 참는 일이란 말이 있다.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 다가오는 요즘, 고 씨는 매주 토ㆍ일요일이면 바쁜 스케줄을 챙긴다. 그것은 신랑신부의 뇌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멘트를 위해 분주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일이다.

한편, 고 씨는 국립전주박물관 문화유산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001년 월간 문학공간 수필부문에 등단 후 현재 전북수필문학 부회장과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회장을 역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저서로는 수필집“초록빛 추억”이 있다.

신영규 도민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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