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애사(斷腸哀詞)
단장애사(斷腸哀詞)
  • 장세환
  • 승인 2009.08.2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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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비통함에 몸서리 쳐집니다. 큰 버팀목을 잃은 슬픔은 무엇으로도 달랠길 없습니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총칼도, 한반도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이념의 사슬도 모두 가슴에 품었던 당신입니다. 왜 그리 일찍 가셨습니까? 누가 가실 길을 재촉했습니까?

87일전 당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후배 노무현을 홀로 떠나 보내신게 그리도 안타까워 함께 가고자 하셨습니까? 평생 몸바쳐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정권의 폭력 앞에 다시 짓밟히는 현실이 그토록 견디기 어려우셨습니까? 와병중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으셨던 통일의 꿈이 냉혈정권의 싸늘한 기운에 얼어붙는게 그리 고통스러우셨습니까?

아직 후배들에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남겨진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당신의 따뜻한 가슴이 필요합니다. 반세기만에 나타난 지도자다운 지도자,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만난 국민들에게 2009년의 여름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당신은 혹독했던 군사독재와 민주화의 물결, 분단과 남북정상회담까지 실천을 통해 가슴으로, 그리고 몸으로 체험한 대한민국 현대사 그 자체이십니다. 모든 민주 양심세력과 더불어 투쟁하셨고, 때로는 납치되어 수장될 뻔 했고, 때로는 사형수로서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서도 낮은 곳의 민초의 곁을 지켜오신 인동초(忍冬草)이셨습니다.

빚더미의 나라살림만 남겨진 엄혹한 경제한파를 당신은 국민과 함께 이겨내셨습니다.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원칙을 굳게 믿으신 당신의 확고한 소신과 철학 덕분입니다.

장롱 깊숙이 놓아두었던 사연 많은 금반지를 꺼내들어 모아내는 국민들은 민주주의 그 자체였으며 위기극복의 힘이 진정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국민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지도자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화답이었습니다. IMF의 긴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당신도 국민도 대한민국의 감동적인 승리에 21세기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냉전의 벽을 허물고 한반도를 평화의 온풍으로 뒤덮었던 6.15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은 반세기 분단의 빗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꿈꿔왔던 ‘통일의 문’을 여는 역사적 업적은 결국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2009년 오늘 대한민국은 무거운 정적만이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이 나라에는 민주를 독재로, 평화를 대결로, 자유를 억압으로 바꾸는 세력이 나타나 국민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더욱 절실히 필요합니다. 큰 어른이 홀연히 떠나신 지금 우리는 누굴 의지하며 이 정권에 저항할 것인지...

끝내 못한 당신의 노무현대통령 추도사. 이제는 당신의 추도사를 우리가 그대로 하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우리 마음속에 살아서 민주주의 위기, 경제위기, 남북관계 위기, 이 3대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힘이 되어주십시오”

서러움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편이라는 당신의 말씀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자유, 민주, 평화, 번영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고이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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