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밥상까지 동원된 여당의 미디어법 호도
신성한 밥상까지 동원된 여당의 미디어법 호도
  • 장세환
  • 승인 2009.08.06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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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은 밥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육체적인 건강을 지키는 힘이 밥상에서 나오고, 예의범절에 대한 교육과 가족간의 소통도 밥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가족이 급격히 해체되고 있는 현실에서, 밥상의 의미와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현실이다.

밥상에서 주고받는 대화, 특히 부모가 자식들에게 빠짐없이 하는 이야기는 아마도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라”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마디로 편식은 건강은 물론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밥상을 마주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여당이 미디어법을 호도하는데 딱 이 밥상의 대화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춘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강원도당 정기대회에서 박희태 대표가 “ 방송사가 늘어나는 것은 손해가 아니다. 밥상에 반찬이 많이 올라 있으면 좋습니까? 싫습니까?”라는 표현으로 미디어법 처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물론, 다수의 여당의원들이 이 비유를 빌어 미디어법의 본질을 호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름으로 효력논쟁이 종결되지도 않은 미디어법에 대하여 수억원의 국민세금을 들여 “채널이 늘어나고 볼거리가 다양해집니다”라는 반찬 증가의 궤변을 방송광고로 내보내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반찬, 즉 방송사와 채널이 이 모자라서 방송사와 채널수를 늘려달라고 밥투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본질은 오히려 반찬은 많은데 그것이 그것이고, 반찬이 상해서 먹기가 거북스럽다는데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케이블과 위성, IPTV등으로 지상파를 시청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최소한 수십개의 채널이 각 가정에게 송출되고 있지만 채널을 돌려도 별로 볼 것이 없을뿐더러 똑 같은 지상파드라마가 여러 개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소위 ‘막장드라마’라고 불리는 비정상적 소재의 드라마들이 시청률의 미명하에 가족시청시간대에도 버젓이 방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정부와 여당이 모르고 있을 리 만무하다. 정말 볼거리 걱정을 하는 정부와 여당이라면 현재의 방송환경을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청정 생태계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일진대 이 현실은 그대로 두고, 그냥 방송사와 채널수를 늘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식으로 호도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주장대로 반찬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니까 일단 거짓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하는 밥상의 반찬이란 “불고기, 갈비, 장조림, 숯불구이..”등 오로지 육류로 이루어진 밥상에 “제육볶음, 돈까스, 스테이크”등을 추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찬 개수는 늘어나지만 육류로 가득한 밥상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편식을 더욱 강요하는 반찬의 단순증가에 지나지 않는 것이 미디어법의 본질인 것이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국민반대의 부담을 무릎 쓰고라도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 법을 통해 채널과 프로그램은 많아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그 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와 시각,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으로만 부족했던 보수세력의 논조와 친재벌 논조를 방송으로 까지 확대하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목표였기 때문인 것이다.

왜? 국민이 다양한 정보, 의견, 입장 등을 골고루 섭취하여 건강한 사회적 의식을 지닌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없는 시민, 저항없는 사회”일수록 1%만을 위한 그들의 집권연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밥상은 신성하다. 더 이상 반찬 운운하며 국민의 신성한 밥상을 모독하지 말고, 미디어법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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