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책임넘기기 반년
용산참사 책임넘기기 반년
  • 최규성
  • 승인 2009.07.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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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가 사건발생 6개월을 맞았지만 유족들과 서울시, 재개발조합 등 3자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벌써 반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건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감정의 골만 깊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경찰의 철거현장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지만 지금도 용산참사는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가 끝도 모를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있다는 태도 때문이다.

먼저 서울시는 용산참사는 농성자들과 재개발조합간의 문제인 만큼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법률적으로 맞는 소리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조정의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재에 나설 경우 지역재개발 문제에서 잘못된 관행을 만들지 모른다는 것만 걱정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

경찰 또한 사복경찰관을 동원해 상황파악 및 수배자 검거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사태해결에는 역시 팔짱을 끼고 있다.

그간 시민?사회 단체들이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꾸려 유족 지원에 나섰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변호인들은 검찰이 비공개한 수사기록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 중이다.

또한 성직자들은 거리에서 미사?법회?기도회를 열었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옆 작은 방과 조문객실을 생활공간으로 쓰고 있다.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해 아침마다 제를 지내고,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씻고, 엄마들은 상복은 입은 뒤 아빠들이 혼을 달래기 위해 다시 참사 현장으로 향한지 6개월째. 그동안 쌓인 빚만 5억원에 달한다.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국민적 바램과 유족들의 눈물겨운 현실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참사가 일어난 뒤 범대위 쪽과 공식?비공식적 단 한차례의 대화도 하지 않았다.

진압중 무리한 공권력 행사가 문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참사 해결을 위한 조치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를 중심으로 경찰 특공대 투입 결정과 이후 진행된 진압 작전이 모두 적법한 법집행이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난 4월말 행정안전부와 경찰정보라인을 중심으로 용산 문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화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 자체를 차단했다.

지금까지의 사태 경과를 보면 현 정부가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한 것이 한낱 구두선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외면에도 용산참사 해결 방안으로 서울시에서 재개발 관련 제도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야4당은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제도적 논의는 용산참사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이 문제 해결에 눈 감아 버리고 법률과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일의 순서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다.

대화 자체를 거부한 정부는 유족들의 또다른 희생을 바라는 것인가. 그럴거라 믿지 않는다. 정부는 섬김의 대상인 국민의 마지막 경고를 우습게 여기지 말고, 하루 빨리 유족들과의 대화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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