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남 전북지방조달청장> `징게 맹갱 외에밋돌'에 자리한 `볏고을'
<이성남 전북지방조달청장> `징게 맹갱 외에밋돌'에 자리한 `볏고을'
  • 황경호
  • 승인 2009.07.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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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평야, 벽골제, 지평선, 대한민국의 식량의 보고 등의 수식어로 기억되는 김제시를 ‘2009년 상반기 조기집행 우수기관 및 유공공무원 표창 전수’를 위해 방문하는 반가운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건식 김제시장님과 시청 직원 모두의 환대와 덕담 속에 표창전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초록들판이 끝없이 시야에 펼쳐진다.

장마철에 곡창지대를 방문하다보니, 호우피해가 염려되어 연신 차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옛 선조들은 이토록 넓은 들판에 어떻게 물을 대고 홍수를 예방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염려가 궁금증으로 바뀌어 답답함을 느끼려던 순간 벽골제가 뇌리를 스쳤다. 호기심 많은 문학도가 된 듯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어이 벽골제와 농경문화박물관을 찾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징게 맹갱 외에밋돌(김제 만경 너른 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내는 곳’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문학비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벽골이란 지명은 ‘볏고을’ 즉 벼의 고을의 음차어라 설명하는 안내 또한 정겹다.

벽골제는 330년경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이다. 벽골제는 특이 하게도 평지를 막아 진흙을 다져 제방을 쌓았다. 진흙 제방은 흘러내리고 투수되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키 위해 판축기법과 부엽토공법이라는 과학적인 건축기법이 사용되었다. 흙과 나뭇잎을 교대로 쌓아 나뭇잎이 부패하며 탄화층을 형성하여 투수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공법이다. 이 기술은 1400년 전에 일본 사야마 저수지에 그대로 적용되어 우수성이 입증되었다. 이는 그 당시에는 생각하기 힘든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벽골제는 축조 당시에는 수문 5개와 총 제방길이 3.2㎞, 면적 1,12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였다. 제방과 수문 및 하천 공사 등에 동원된 연인원이 32만명 정도라고 하니 당시 경제규모로 비추어 얼마나 큰 공사인지 짐작이 간다. 현재는 제방 2㎞와 ‘장생거, 경장거’ 라는 2개의 수문만이 남아 있고 저수지 내부는 논으로 변해 있다.

1수문과 5수문은 일정 수위에 이르면 자동적으로 흐르게 되는 유수거였다. 벽골제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수문의 과학적 우수성이다.

벽골제의 서쪽을 호서, 그 남쪽을 호남이라고 불러서 오늘날 호남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제방축조과정에서 생성된 단야설화, 신털미산, 제주방죽 등의 흥미로운 전설과 이야기 속에서도 이곳 사람들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물씬 풍겨난다.

김제시에서 최근 벽골제 일부를 복원하고, 전시관도 세워서 후손들에게 역사를 일깨우고 유적을 보존하는 노력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은 백의민족인 우리에게 정서적 동질감을 제공해 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벽골제 방문은 나에게 막연하게 다가왔던 ‘문화유산’ ‘전통’의 참다운 의미를 진솔하게 느끼고 가슴에 각인시켜주는 소중한 기억이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곳곳에서 물난리가 난다. 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벽골제와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행하여 치수를 하려 했듯이, 현재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하여 홍수나 가뭄을 예방하고 강물의 수질을 개선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된다.

벽골제 답사를 마치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끝으로 이런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계기를 준 김제시장님과 직원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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