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국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가난한 국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 김윤태
  • 승인 2009.07.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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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6월 18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초청을 받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했다. 학술회의의 주제는 ‘지구화 시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인데, 베트남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많은 베트남 학자들은 서양 학자들보다 내게 한국의 발전경험에 관해 질문을 던졌는데, 이들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에 큰 관심을 가졌다. 너무 많은 질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학술회의를 마치고 만찬이 열렸다. 전쟁 당시 북베트남 군인으로 복무했다가 소련으로 유학을 다녀왔다는 노교수는 “한국과 베트남의 우의”를 위해 건배를 제안했다. 내 마음 한 구석에 참전국이었던 한국에 대해 베트남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들은 나를 훌륭한 음식으로 극진히 환대했다. 사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큰 이익을 얻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안겨준 전쟁이 한국에게는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외면하는 한국

올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에 편중했던 외교관계를 넓혀 아시아 국가들을 중시하는 '신 아시아 외교구상'을 발표했다. 한국은 현재 베트남에 가장 많은 경제투자를 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에 대한 원조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해외원조예산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다. 2008년 기준 한국의 해외원조 예산은 7억9723만 달러이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의 비율은 0.09%에 불과하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원조개발위원회(DAC) 비율의 3분의 1도 못 미친다. OECD 국가 중 25위로 바닥이다. 스웨덴, 노르웨이가 가장 높고 한국은 폴란드, 헝가리와 같이 최하위권이다.

한국은 그동안 해외원조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등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에 편중하여 지원했다. 그나마 적은 해외원조예산은 자국의 이익과 결부시켜 한국 기업과 거래를 하도록 요구하는 ‘구속성 원조’(tied aid)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지원에도 소홀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글로벌개발센터(CGD)가 발표한 ‘2008년 개발 기여도 지수(CDI)’ 보고서를 보면 선진국 22개 국가 가운데 미국은 17위, 일본은 21위에 불과했다. 한국은 꼴찌이다. 한국의 해외원조 예산은 가장 적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장벽은 가장 높으며, 개발도상국의 미숙련 노동자의 입국허가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심지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학대에 대한 보도도 그치지 않고 있다.



해외원조는 미래를 위한 투자

2009년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아로 고통을 받는 인구는 60억 전체 인구 가운데 10억2천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아시아에 6억4,200만명, 아프리카에 2억6,500만명이 살고 있다. 스위스 사회학자 장 지글러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역설했듯이 이미 지구상에 생산된 식량으로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왜 잘못된 분배 시스템으로 기아가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테러리즘과 전쟁보다 빈곤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하는 것은 더 끔찍한 일이다.

2005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 156개국의 국가 정상이 모여 ‘밀레니엄 목표’를 정했다. 밀레니엄 목표란 2015년까지 1달러 미만을 사는 최빈층 인구를 절반 이하로 줄이자는 프로젝트로 기아와의 전쟁이 전쟁, 테러리즘, 기후변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라고 선언했다. 해외원조의 기본적 목표는 개발도상국이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일 것이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동반자를 만드는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서 해외원조를 다루는 비중은 매우 적다. 시민사회에서도 관심이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한국과 역사적 교류가 적었고 긴밀한 외교관계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한국 언론의 해외 보도는 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위주이다. 아무래도 선진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한국이 빨리 선진국처럼 발전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가수 U2의 보노가 주최한 자선공연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아프리카 빈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 비해 한국에서는 조용하다. 한국에도 극빈층이 많은데 아프리카까지 생각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은 수십 년 동안 다른 나라의 원조를 많이 받는 나라이다. 만약 그 나라들이 자국의 빈곤층만 챙겼다면 우리는 아무런 원조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의 해외원조 정책에 대해서도 언론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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