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의미
바보의 의미
  • 김진
  • 승인 2009.05.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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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을 편찬하고 각종 어문규정을 제정하며, 국어 유산을 보존하는 국립국어원에서 2002년 ‘신어’로 수록한 ‘노짱’은 <노무현 고문의 성에 우두머리를 뜻하는 짱을 결합한 별명>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또 <바보 노무현>을 검색해보면 그 제목으로 만들어진 책도 여러 권이고, 바보 노무현이라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는 셀 수 없이 많다.

고졸 출신이 사법고시를 통과해 판사와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는데 바보라니, 약력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하지만 ‘바보들의 행진’, ‘바보 같은 사랑’, ‘바보 산수화’ 그 어디에도 진짜 바보는 없듯이, 그 역시 진짜 바보였을 리는 없다. 왜냐하면 그가 수천억을 챙겨 놓고도 28만원 밖에 없다고 우기는 진짜 바보였다면, 그의 죽음 앞에 우리가 이리 슬플 까닭이 없고, 온 국민이 이처럼 애통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바보를 잃어 슬프다

바보는 불어로 엥베실(imb?cile)이다. 그 말의 어원을 찾아보면 목발이 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즉 목발도, 지팡이도, 보호자도 없이 홀로서서 걸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불어에서 바보라는 단어의 어원은 노무현의 인생과 상당부분 일치되는 것 같다. 호남당적으로는 부산에서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행동으로 옮겨 온 바보. 주변에 접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마음과 똑 같다고 믿으며 살아 온 바보. 그 바보의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에 의하면 그의 삶은 절대 비극이 아니다. 킹 목사는 말하길 ‘모든 비극 중에서 최악의 비극은 젊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진정으로 살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비극이다.’고 했다. 그의 말은 맞는 말이다. 아니 맞는 말이라는 것을 킹 목사 자신이 스스로의 삶에서 증명했다. 킹 목사는 비록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삶을 비극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평생을 진정으로 살아 온 사람이다. 마지막 순간은 슬펐을지라도 그의 삶이 비극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마지막 가는 길에서까지 보여준 진정성은 우리를 더욱 서럽게 할 뿐이다.



* 언제쯤 또 슬플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보며 참 당혹스러운 사람들이 있었겠다. 수천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돈을 감춰두고 쓰면서 살아가는 일부 전직 대통령들 말이다.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무리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듣고 살았을지언정, 국민들에게 그들과 같은 부류로 인식되거나, 비슷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더 싫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다>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삶도 죽음도 모두가 자연 속에 있기에, 비록 삶을 달리하더라도 자연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함께 있다는 뜻 일게다. 그렇게 모든 것을 안고 떠나간 그가 오늘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를 변화시켜준 일깨움으로 오래도록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바보 노무현! 그것은 당신이 들을 수 있는 호칭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찬사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에게 질린 서민들은 당신 같은 바보 대통령을 만나서 행복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당신으로 인해 슬퍼하는 것마저도 고마울 뿐이다. 그 이유는 이제 당신을 보내고 나면 언제, 어떤 지도자를 잃었을 때 이와 같은 슬픔을 다시 느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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