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부엉이의 울음
봉하마을 부엉이의 울음
  • 송재복
  • 승인 2009.05.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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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늘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하며 대통령으로서 한시대의 획을 그었던 분이 국민과 함께 잠드는 날이다. 우선 노대통령의 가시는 길에 명복을 빈다. 노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과정에서 탄핵, 보수세력과의 갈등, 언론과의 갈등 등과 같은 격정의 정치는 물론, 행정수도이전, 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확고한 신념의 정치를 한 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노대통령의 영결식을 맞아 우리는 이분의 영면을 단순히 죽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 개인과 제도에 문제 많아

한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살로서 목숨을 끊게 된 것은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엇이 분에 싸였기에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하였을까. 다른 것은 차제하고 우선 대통령직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왜 우리나라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도 떳떳하게 인정받지 못하는가. 심지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지 받지 못 할망정 노대통령과 같이 자실이라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가.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개인의 책임인가, 잘못된 제도 때문인가. 우리의 대통령직 역사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짧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의 행적도 자랑스러움보다 비판적인 요소가 많다. 대통령직이 권력의 최고봉에 있는 자리이고 국민을 통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많은 원망과 불만의 소리를 들을 소지는 크다. 그러나 대통령직이 가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는 다소의 차이는 있더라도 어느 나라나 공통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유독 우리의 대통령직은 왜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못 만들어 내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그 원인은 대통령직의 획득 과정이나 대통령 개인 자신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된 것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존경의 대상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직을 획득하였으나 절차적인 합리성이나 도덕성면에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예를 얻지 못한 경우이다. 스스로 능력이 없어 존경을 받지 못하는 대통령도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기보다 측근들에 싸여 정치하다가 실패하거나 국가위기를 초래하는 대통령도 있다.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아전인수식 판단으로 실패한 대통령도 있다. 집권 후 역사적인 평가보다도 전직대통령의 책임성과 도덕성을 파헤침으로써 결국 명예롭게 되지 못하는 대통령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대통령의 역사는 전직과 현직대통령간의 물고물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밟아 왔다. 전직대통령이나 그 자녀를 대상으로 파헤치는 것이 집권세력들의 일차적인 일인 양 우리는 스스로 그러한 전철들을 걸어 왔다. 그래서 역대 모든 대통령이나 그 자녀가 전과자로 낙인이 찍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우리는 본래부터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될 수도 없는 정치풍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랑스런 대통령 만들어야

우리는 왜 존경할 만한 대통령이 없는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리고 우리들 화제 속에 대상이 되는 대통령은 없는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밤이 되어야 운다는 철학자 헤겔의 말이 있다. 노무현대통령의 서거가 봉하마을의 부엉이가 되어 정치인은 물론 우리국민 모두가 늦게나마 깨달아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만드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진정 존경할 대통령을 만들어야 하며, 되어야 한다는 깨닫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치도, 국민도 이제는 증오와 대결, 죽이기에 힘쓰기보다 용서와 포용과 칭송하는 대통령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봉하마을에서 우는 부엉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잊지 말고 우리정치사, 대통령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죽음을 택한 노대통령의 영혼과 넋을 달랠 수 있으며, 봉하마을 부엉이의 울음도 기쁜 지혜의 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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