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영결(永訣)의 자세
진정한 영결(永訣)의 자세
  • 서영복
  • 승인 2009.05.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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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장례 준비에 온 나라가 휩싸여 있다. 고인은 가슴 짓이기고 뼈 부스러질 듯한 고통을, 온 국민에게 짐으로 숙제로 떠안기고 영면했다. 다들 충격, 비통 속에 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유지에 따르려면,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화해와 통합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말로만,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당장 현 정부, 정치권, 사회 각계, 온 국민이 함께 서둘러 실천에 나서야 할 일이 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부패문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난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혁 노력이다. 모두가 고인이 부르짖고 지향하던 훌륭한 가치를 구현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는 데 힘을 모으는 일이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비극 되풀이 되지 않게 하는 기초라도 닦는다.



반부패, 지방정치 개혁 나설 때

성공했든 실패했든 미완이든, 그가 추구하고 표방해왔던 이념과 가치지향 가운데 살릴 만한 점을 새기면서 오늘의 균형을 찾아갔으면 한다. 우선 반부패 대책, 대통령의 친인척ㆍ측근 비리 근절책 마련,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에 진력할 때다. 일부 거론되듯, 대통령제의 과도한 권력집중 문제 해소를 위해, 개헌을 포함한 제도적 보완에 들어가야 한다.

죽어가고 있는 지방을 살리고 그 건강성을 되찾기 위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방 정치개혁ㆍ지방분권ㆍ균형발전ㆍ반부패 등을 위한 관계법제의 전면적 종합적 개선과 그 실천에 나서야 할 때이기도 하다. 각 제도별로 따로 다루면서 맞붙기보다 종합적 일괄타결 포괄처리 방식, 각 대안 간의 절충적 ‘선택적 조합’ 방식을 통한 국가 재설계를 꾀해갔으면 한다.

지방선거만 해도, 정당공천제 유지를 당론화한 한나라당은 물론 야권도, 많은 국민이 원하는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한 진일보한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 아니면 공천헌금이나 줄 세우기 등 부패 친화적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당정치를 보완해가면서도 주민ㆍ시민사회ㆍ언론 등도 역동적 상호작용 속에 생활 자치를 키워갈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낯내기, 행사용, 돈벌이용, ‘숟가락 얹어놓기’ 식, 세(勢) 결집용 토론은 그만하자. 대안들은 거의 나와 있다. 각 제도와 대안들의 교과서나 논문 속 장단점 논의로 충분하다. 이미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갈리면서 강고한 전선이 형성돼 있고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일방적 주장을 고집하는 건 허망하다. 끈질긴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실천전략과 방법을 놓고 얘기하자.

정부여당도 그러다 보면 국정운영의 전략과 일정, 국정의 기조와 운영방식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이건 항복이 아니다. 잘 되면 그 치적 상당부분은 현 정권과 정부의 차지가 된다. 민주당의 경우, ‘빈소 지키기’도 좋으나 이런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당내 주도권이나 지방선거 후보 공천권을 두고 벼르기만 할 때가 아니다. 다른 정파들도 마찬가지다.



절충, 종합, 일괄타결 방식으로

이제 각계는 전장(戰場), 전선, 싸움거리를 바꿔야 한다. 막연한 이념과 가치의 극한 대결 등에 집착하지 말고, 화급하고도 긴절한 우리 사회의 실천적 과제해결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 서로 냉각기니 탐색기니 하며, 괜히 세월 보내지 말라. 겉으로만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건 문제만 키운다. 국면 전환용 임시방편 꼼수도 피해야 한다. 널뛰기 식 언론보도도 그만두자.

고인과 그의 정부가 얼마나 주의주장에 충실했는지, 말할 자격이 있는지를 묻지 말자. ‘미디어 법’ 같은 쟁점법안 처리는 뒤로 미루는 게 낫다. 6월 국회부터, 만남ㆍ대화ㆍ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공동노력 해야 한다. 힘겨루기ㆍ갈등ㆍ분열은 공멸로 가는 길이다. 반부패, 지방 살리기 위한 제도개혁 등을 위한 실천, 그것이 화해와 통합 향한 진정한 영결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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