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계절 5월에
감사의 계절 5월에
  • 유춘택
  • 승인 2009.05.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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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5월! 숲속에선 시민들의 웃음소리와 가벼운 체조와 함께 울려 퍼지는 구령소리가 행복하게 들린다. 오월의 숲은 푸르른 빛도 아름답고, 기온도 적당하여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것 같다. 쾌적하기만 한 숲을 보면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하긴, 감사해야 할 곳이 어찌 오월 숲뿐이겠는가만 살아가는 동안 감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 아니리라. 아름다운 고장에 태어나 천혜의 자연환경을 마음껏 누리게 되는 5월엔 더욱 숲의 고마움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분은 이런 숲이 감사해서 이른 아침에 빗자루를 들고 산에 오른다고 한다. 사람들이 걸어갈 숲속의 오솔길을 빗자루로 쓸면서 부디 함부로 숲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고 한다. 깨끗한 숲길을 가면서 휴지나 쓰레기를 내던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각만으로 머물지 않는 양심을 갖고 손수 실천하는 그분의 행복바이러스가 아침 숲길에 퍼진다.

말없는 선행은 우리 사회를 더욱 맑고 훈훈하게 한다. 본인에게는 대가가 눈앞에 따르지 않는다 해도 세상사람 들에게 행복감을 맛보게 하는 무한한 사랑이 퍼지게 되는 선행은 누구나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수에게 행한 봉사를 말한다면 더욱 그렇겠지만, 개인이 어떤 개인에게 베푼 선행도 결국은 많은 이에게 퍼뜨리는 사랑인 것이다. “사랑이 길을 밝힌다.”라는 작은 책자에 소개된 어떤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19세기 미국, 정확하게는 1880년 여름, 가가호호를 방문해서 이것저것을 파는 가난한 고학생 젊은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방문판매를 다녔고, 저녁이 되었을 때에는 지치고 배가 고팠다. 주머니에는 다임(10센트)동전 하나 밖에 없었기에 그것으로는 적당한 것을 먹을 수도 없었다. '다음 집에 가서는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해야지'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고,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예쁜 소녀가 나왔다. 젊은이는 부끄러워서 배고프다는 말을 못했고 다만 물 한잔만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소녀는 이 사람이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큰 컵에 우유 한 잔을 내왔다. 젊은이는 그 우유를 단숨에 마셨고, 새로운 힘이 나는 듯 했다. 그리고는 얼마를 드려야 하냐고 물었다. 소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엄마는 친절을 베풀면서 돈을 받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Mother has taught us "Never accept pay for a kindness".) 젊은이는 이 말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난 후, 그 소녀는 희귀한 병에 걸렸고, 그 도시의 병원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중병이라고 했다. 다행히 다른 큰 병원의 의사는 큰 도시의 전문의를 불러오면 고칠 수 있다고 했고, 그래서 오게 된 의사는 하워드 앹우??켈리(Howard Atwood Kelly, 1858~1943년) 박사, 그 소녀에게 우유 한 잔을 얻어 마셨던 바로 그 젊은이였다. 그 때 방문 판매를 했던 그 고학생 하워드 앹우??켈리는 산부인과(gynecology)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명문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창설멤버이기도 했다. 하워드 앹우??켈리 박사는 환자를 보고 한 번에 그녀임을 알아보았고,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의료기술을 동원해서 그녀를 치료했다. 결국 부인과 질환으로 상당히 힘든 케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치료에 성공했다. 하워드 앹우??켈리 박사는 치료비 청구서를 보냈다. 환자는 엄청나게 많이 나올 치료비를 생각하며 청구서를 뜯었다. 청구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한 잔의 우유로 모두 지불되었음. (Paid in full with one glass of milk.)'

선행이란 이런 것이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우유 한 잔을 기꺼이 가져다주는 따뜻한 마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선행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우리의 손길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헛되이 보낸 시간은 우리를 후회하게 한다. 우리의 모습이 가까운 가족에게 어떻게 보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가정의 달이다. 부모님을 잘 모시고, 스승을 공경하고,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큼 이웃에 대한 사랑도 더욱 커지는 5월이었으면 좋겠다. 향기로운 숲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자'는 다짐을 하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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