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수업이 아니라 방과후 활동이 필요하다.
보충수업이 아니라 방과후 활동이 필요하다.
  • 노병섭
  • 승인 2009.04.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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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적성 교육 위주로 교육활동을 진행하기로 한 방과후학교가 교과 위주 보충수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러한 파행은 학력지상주의 교육정책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이다. 작년부터 전북교육청이 방과후 학교 활성화를 역점과제로 선정하면서 실적 위주의 방과후 학교 운영을 유도하였고 올 2월 교과부의 일제고사 성적공개로 인해 파행적 운영이 더욱 본격화 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국·영·수 중심의 방과후 학교 개설로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늦은 시간까지 학교와 지자체, 교육청이 앞 다투어 방과후 학교를 개설함으로써 방과후학교가 입시 경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방과후 강제 자율학습 및 보충 수업이 전면화 되고 있으며 금지되어 있는 0교시 수업도 슬금슬금 시작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국가 중에 단연 최장 시간의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을 학교에서 받고 있다.(한국-37.1(1위), 태국- 32.2(2위), 미국-25.2, 프랑스-25.6, 일본-25.7. PISA 2003 만15세 학생대상)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수업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과 건강을 해치는 것이며, 학력 증진에도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획일적인 입시 교육이 아니라 창의력과 인성 함양에 필요한 교육이다.

정부가 방과후 학교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면서 내걸었던 명분이었던 교육양극화 해소 즉 저소득층 자녀의 학력 증진에도 방과후 학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습 부진의 대체적인 이유는 학습 동기를 유발해 주거나 아이들의 생활을 돌봐줄 수 있는 가정환경의 부재에 의한 학습의욕 상실이나 학습 습관의 미비 등이다. 따라서 무작정 보충수업을 한다고 해서 정규 수업조차 따라오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학력이 증진될 수 없다. 오히려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습 증진을 위해서는 보살핌과 상담 그리고 개별적 학습지원이 결합된 프로그램이 필요이다.

사설학원의 성격을 지닌 방과후학교가 아니라 학교교육을 보완하여 건전한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도모케 하는 인성과 적성, 자기계발 중심의 방과후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의 파행적인 방과후 학교를 대체할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켜나가는 방과 후 활동을 제시한다.

첫째, 방과후 활동은 보호와 문화, 체육, 체험 중심이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방과후 활동에서 입시교육을 심화시키는 보충수업 양성화는 금지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정규수업시간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욕구가 있다.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싶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어 한다. 고학년의 경우 문화와 체육, 체험 중심으로, 저학년의 경우 보호와 보육을 중심으로 연령에 따라 충분히 휴식하고 충분히 놀 수 있는 과정으로 운영할 때, 방과후 활동은 생산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둘째, 공적 기관이 운영하고, 영리활동을 금지해야 한다. 영리업체가 방과후 활동을 담당하게 될 때 학교의 학원화, 시장화를 부추길 수 있고, 비영리단체라 하더라도, 인근학원 강사와 일괄적으로 계약하는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으므로 방과후 활동은 공적인 기관이 운영해야 한다. 학교와는 독립적인 고용 및 운영구조를 가진 공적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좋은 방안일 것이다.

셋째, 방과후 활동 종사자는 정규직이어야 한다. 방과후 활동의 고용구조는 원칙적으로 정규직이어야 한다. 방과후 활동 종사자의 신분 불안은 아이들 정서에도 좋지 않다.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돕는 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 정규직이 아닌 자원봉사자도 일정한 자격과 연수를 통해 우수한 인력풀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일부 프로그램의 강사도 지정된 연수와 심사에 따라 선정되어야 한다.

넷째, 모든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은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육아와 보육이 부모 각자의 전적인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임을 인정하고 공공 보육의 개념에 따라 방과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방과후 활동은 주로 저소득계층이나 맞벌이 부부 가족의 경우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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