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
돈과 권력
  • 황선철
  • 승인 2009.04.14 14: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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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돈과 권력을 숭배한다.” 라고 말하면 지나친 말일까? 인간이 사유재산제를 채택한 이후부터 물신에 빠지기 시작하였고, 집단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권력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돈과 권력은 인간관계에서 갈등의 원인이자 그것을 해결하는 구세주이다. 우리는 돈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회피하려고 하지만 진정으로 그것을 바라고 있다.

인간은 돈과 권력에 대한 무한한 신앙심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개인의 생명과 명예보다도 우위에 놓기도 한다. 양자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밀접불가분한 관계에 있지만, 항상 불행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친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이 위태롭다. 즉 외줄타기이다.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랴”라는 속담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강심장이다. 물론 돈과 권력을 모두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서 공공선을 해치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요즈음 도덕성과 청렴성을 소중한 가치로 인정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을 상황 이다. 역대 정권들이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래도 혹시나 노 대통령은 다르겠지”라고 생각하였는데, “역시나 마찬가지 였다.”고 하니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그도 별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분노할 것도 없고, 슬퍼할 것도 없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 본인 또는 친인척, 최측근들이 부패한 권력에 따르는 부정한 돈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여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제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검찰의 수사를 받을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한다. 실로 “부정한 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부패한 권력은 상하를 가리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경험을 통하여 “개 대가리에 관(冠)”을 씌운다고 해서 개가 호랑이로 변하지 않는 것처럼, 자질과 능력이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위정자로 행세하면서 “사람 죽는 줄 모르고 팥죽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연하면 그 결과가 어떻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당시 시대상황을 “어느 것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어서 이를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진단한 후, “공직자는 백성을 위해서 존재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오래된 조선을 새롭게 혁신(新我之舊邦)”하고자 1818년 봄 유배지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불후의 명저 ‘목민심서’를 저술하였다. 그는 부패가 만연한 공직사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백성이 고통으로 신음한다고 하였다.

이 책에서 다산은 “선물로 보낸 물건이 비록 아주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은정이 이미 맺어지면 사사로운 정이 이미 행하게 되는 것이다(饋遺之物 雖若微小 恩情旣結 私已行矣)”라고 적고 있다. 정약용은 작은 선물이라도 공익을 해칠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하였던 것이다.

‘후한서(後漢書)’에서 양진은 뇌물에 대해 ‘사지론(四知論)’을 폈다. 즉 뇌물을 주고받는 부정한 행위를 아무리 은밀히 하여도 반드시 하늘이 알고(天知), 신이 알고(神知), 받는 내가 알고(我知), 주는 사람이 안다(子知)고 하였다. 어찌 이 세상에 비밀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역사적으로 되풀이 되는 위정자들의 돈과 권력에 대한 부정·부패·무능·오만을 누가 어떻게 타파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것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바로잡힌 적이 있었던가? 답답하고 허탈하지만 그래도 우리 개개인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는 돈을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버는 것이 가치가 있고, 권력은 국민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하며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라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평등·박애와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실천하려는 굳은 의지를 가진 국민들이 많아야 사회는 긍정적으로 진보 한다. 그들만이 부정하고 부패한 돈과 권력을 타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조직, 왜군과 맞서 싸워 국난 극복에 선봉을 섰던 서산대사는 “눈 쌓인 벌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그릇되게 가지 말라, 오늘 날의 걷는 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들의 길이 되나니”라는 시를 남겼다. 우리가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후세를 위해서 어떠한 발자취를 남겨야 하는가를 이 시는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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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수 2009-04-15 16:17:00
부패한 돈과 권력을 타파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