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농업현실 인식 유감(遺憾)
대통령의 농업현실 인식 유감(遺憾)
  • 김춘진
  • 승인 2009.03.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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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뉴질랜드를 방문하였다. 농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필자로서는 대통령이 농업선진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였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농가소득이 약 1억 원으로 우리나라 보다 3배 이상 높고, 농가당 경작면적 또한 251ha로 우리의 1.37ha보다 약 200배 이상 높은 농업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대·내외적 여건으로 인하여 위기에 봉착하여 있는 우리 농업의 해결책을 찾고, 정책적인 부분에 있어 배울 것이 많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대통령은 현지 간담회에서 “농업개혁의 핵심은 농업부문에 투여되는 보조금등 금융지원을 중단하고, 경영체의 자생력을 확보해 농업의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그동안 정부에서 많은 자금을 농업부문에 투자하였는데, 농민의 국가의존으로 인하여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내용의 우리 농업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물론 전혀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뉴질랜드와 우리나라의 과거 농업정책의 역사와 배경, 산업구조등을 전혀 고려치 않은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뉴질랜드의 경우 전 국토 54%가 목초지이며, 농업에 적합한 기후여건을 가지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인 1970년대에도 국가 전체예산의 2~4%를 투입해 왔고, 1987년에는 농업부문 구조조정에 필요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하여 농업의 선진화와 개혁을 정부 주도적으로 이루어 현재에 이른 것이다. 물론 현재는 농업예산이 점차 감소하여 전체예산의 1%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고 높은 농업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농업 경쟁력향상을 위한 뉴질랜드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보조를 통해서 달성된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2009년 현재 뉴질랜드의 농업과 한국의 농업현실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면 이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철강 산업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높은 분야이며,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가 포항제철 설립 등을 통해 철강 산업 분야에 막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만약 지금 막 철강 산업에 뛰어드는 신생국이 우리나라의 철강 산업에 대한 현재 정부정책만을 보고 배워 간다면, 아마도 이 나라는 철강업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듯 뉴질랜드의 농업이 현재에 이른 것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과 보조가 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지 못했고, 임기응변식으로 선진국의 사례를 도입하여 왔고 이러한 정책적 실패가 현재의 우리농업의 현실을 만들었다. 그런데 경쟁력을 갖추진 못한 책임을 농업인들에게만 돌리고 정부가 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가 한다. 현재 우리의 농업은 위기를 넘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농업의 필수 생산요소의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고, 농업생산물의 가격은 외국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인하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현 정부와 대통령이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다면, 뉴질랜드에 가서 농업유통구조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와 농업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는 과거에 어떤 정책을 사용하여 왔는지를 배워왔어야 옳은 것 아닌가 한다.

대통령의 뉴질랜드 발언으로 인하여,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과연 어떻게 대통령의 의중을 정책에 반영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농업은 정부의 지원과 체계적 육성정책 없이는 도산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식량주권의 산실인 농업을 포기하는 설익은 정책이 나와 농민들을 눈물짓게 하는 일이 없기를 정부당국에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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