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남기고 가신 것
김수환 추기경이 남기고 가신 것
  • 김춘진
  • 승인 2009.02.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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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는 우리나라의 큰 별을 잃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를 떠나 우리 국민들의 큰 어른으로 정신적 지주로 역할을 하여 왔기에 추기경의 선종이 갖는 충격은 더욱 큰 것 같다. 민주주의 역사의 암흑기인 유신과 신군부시대에 바른 말을 하며 민주화 운동에 힘을 실어 주었던 그분의 모습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용기와 희망 때로는 안식처가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선종 하시면서도 마지막 까지 사랑을 실천하시려 했던 그분의 모습 속에서 현세대가 간직해야 할 교훈은 바로 인간에 대한 존중 무한한 신뢰 그리고 실천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위기로 까지 확장된 현 시국 속에서도 수십만 명의 일반국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그분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며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조문을 기다린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그분이 추기경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을 아닐 것이다. 생전에 그분이 보여주셨던 용기 있는 행동과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며 살아왔던 그분의 삶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 본다.

1980년대 신군부시절에서 민주화로 이행되는 고비·고비마다 김수환 추기경은 국민 편에서 서서 정의의 회복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그런 이유로 명동성당은 민주화 열사들의 안식처가 되어왔다. 또한 선종하시면서 기증한 각막은 그분이 남긴 또 다른 교훈이다. 종교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신적 어른으로서 자리매김해 왔던 고인의 모습 그리고 국민과의 교감은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정치권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검소한 생활, 항상 남을 배려하는 삶, 용기 있는 행동을 과연 우리 정치권에서 찾을 수 있는지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문하며 반성해 본다.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 신뢰이다. 정치권이 올바른 리더십을 보이고, 국민은 그러한 리더십에 신뢰를 보내야 국가가 바르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는 우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정책이나 국회의원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넘어 무관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중 김수환 추기경만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은 정치인들이 있었을까? 이 말은 필자를 포함하여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사람 모두가 자문하고 반성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지난 연말과 연초에 국회에서 보여준 여·야간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회 지도층의 부정과 부패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신뢰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 이었을지 모른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국민처럼 신뢰와 정이 많은 국민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양산된 불신은 과거와 현재의 정치인들이 만든 부산물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사랑하며 살라”는 말을 남기셨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경제뿐만 여러 부분에서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서로 미워하고 싸우기 보다는 서로 양보하며 단합된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얻는데 있어 어느 정도의 토론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것이 도를 넘는 다면 문제 해결은 어렵고 또 다른 문제를 낳는 결과가 된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제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그분의 선종을 더욱 의미 깊게 만들 책임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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