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대학졸업시즌에
우울한 대학졸업시즌에
  • 전희재
  • 승인 2009.02.16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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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여파로 세계가 대대적인 감원열풍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인 대기업에서 “크리스마스해고 쓰나미”라 불리는 하루 7만6천명이 감원되었다. 미국의 자동차회사 GM, 세계 최대의 건설장비업체인 캐터필러, 네델란드 최대금융그룹 ING, 영국최대철강회사 코러스등 세계적인 대회사들이 무자비하게 직원을 잘라냈다. 지난달 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전체인력의 5%를 감축하고, 반도체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도 34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며, 통신장비업체인 모토로라도 4천명을 감축했다. 미국은 금년말에 실업율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은 금융업계에서만 2만8천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본의 NEC전자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9450명을 감축하며, 도요타등 상위 12개 자동차기업이 2만5천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하였다.

작년 12월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율이 57.8%로 외환위기당시인 1999년 5월 57%이후 10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통계청조사에 지난해 7월 기준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층이 104만명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실업자.취업준비자.구직포기자등 잠재적 실업자를 모두 합치면 31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이른다. 여기에 금년 2월에 약 56만명의 신규 대학졸업자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쏟아져 나오면 최악의 고용한파가 몰아닥친다. 지난 1월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32.8%가 감소되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6%로 떨어 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IMF도 금년 성장률을 마이너스 4%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건설업종등 실물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이 구체화 되면서 취업 한파가 한층 가속화 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 정원동결과 공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감축에다,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되면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자제하고 있다. 토지공사.주택공사.한국수력원자력.도로공사등 대형 공기업들이 지난해 채용을 하지 못했으나, 올해에도 기존인력의 구조조정문제가 걸려있어 신경쓸 여력이 없다.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중 채용계획이 확정된 231개사도 지난해 2만2천여명보다 16.5%가 줄어든 1만8천여명만 채용한다. 최근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인턴10만명시대”가 열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등 302개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뽑고 있다. 대학 졸업생이 56만명 정도이므로 숫자상으로는 5명중 1명꼴로 인턴에 참가할 수 있지만 6개월이라는 한시적 취업에 그쳐 평생직장을 찾는 대졸자에게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취업이 어려우니 휴학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하면 전국 174개 대학 194만명중 휴학생이 43만명에 달하고, 전라북도의 경우는 23.5%인 2만2천여명이 휴학을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나 영국의 이튼스쿨등 명문대학에서 아프리카 자원봉사나 북미대륙의 록키산맥 종주를 위해서 1년간 휴학하는 "갭 이어(gap year) "프로그램과는 너무나 가슴 아픈 비애의 현실이다. 취업이 안되니 전문대에 다시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금년에 도내 9개 전문대학에 233명의 대학졸업자가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다시 지원했다.

도내 대학졸업자들이 우울한 졸업식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대학졸업생들이 느끼는 취업한파는 수도권학생들보다 몇 배 혹독할 것이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다. 지역경제활성화와 지역개발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우리 대학졸업생들에게 꿈과 희망의 지름길이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저항과 투쟁의식이 팽배하다는 지역적 오해의 이미지는 수도권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잘사는 이태리 북부 밀라노나 피렌체지방과는 달리 마피아가 지배하는 남부 시칠리아지방은 기업투자도 없고 일자리가 없어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기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우고 적정한 눈높이로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갖는 다면 취업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자신감을 이번 졸업하는 우리 자녀들에게 불어넣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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