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학자와 경제학자
이처럼 어처구니없을 만큼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우리의 경제상황 역시 우려보다 훨씬 심각할 것 같다. 경기하강 속도가 외환위기 때보다도 빠르고, 제조업평균가동률도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설비투자와 소매판매도 모두 급락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글로벌 동반 침체로 인해 경기회복의 계기를 찾을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경제학을 공부할 때 들었던 기상학자와 경제학자의 차이점에 대한 얘기가 생각났다. 기상학자는 현재의 날씨만큼은 100% 맞출 수 있지만,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제현실마저도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는 우스갯소리 말이다. 사실 필자도 올해의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관련 수치가 떨어지고, 한은과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치가 2배 가까이 차이나고, 국내연구소와 해외투자은행들의 예상차가 너무 크다보니 누구도 모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어떤 경제학자도 기상학자를 따라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 재정적자에 대한 이해
이 같은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다 보니, 올해의 재정적자만도 2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사실 요즘 이 같은 엄청난 재정적자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지금 돈을 마구 찍어내서 쓰면 훗날 누가 갚느냐는 걱정일 것이다. 올해 정부예산이 교육이나 사회복지 등 소득재분배 효과기 큰 분야를 외면하고, 공사판 예산으로 불리는 SOC분야에 21조원이나 증액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재정확대정책에 대해 크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지나치게 낙관하는 정부의 시각이 문제이긴 하지만,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아직은 나쁘지 않고 누적적자에 대한 압박이 적기 때문이다. 또 재정적자에 대한 석학들의 연구를 살펴봐도 그렇다. 미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로버트 아이스너는 <경제현상의 두 얼굴>이란 저서를 통해 국가의 재정적자가 꼭 해를 끼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또 LA타임즈의 칼럼리스트로 잘 알려진 와세다 대학의 리차드 쿠 교수 역시 <재정적자의 두 가지 경우>라는 저서를 통해서 재정적자가 일본경제를 구했다고 평가하고, 국채발행으로 인해 세대 간의 소득이전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즉 지금 세대가 돈을 많이 써서 재정적자를 내는 것이 다음세대에게 미안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후대에게 빚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투자된 자산가치도 함께 물려준다는 점과, 또 하나는 비록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강한 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재정적자 폭이 아무리 커지고 설사 후대에 부담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감내해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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