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신인 트라이아웃 파행
프로농구 신인 트라이아웃 파행
  • 신중식
  • 승인 2009.02.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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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냉랭했다. 3일 서울시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열린 2009 KBL 신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만난 대학팀 감독들은 “종전 수준만큼 국내 선수들을 뽑아주지 않을 경우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프로 입단만을 바라보고 뛰어 온 선수들인데, 혼혈 선수부터 뽑고나서 자리가 없다고 국내 선수를 뽑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전날 벌어진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선발한 일부 팀들은 “국내선수를 한 명 이상 뽑는 것은 힘들다. 두 명을 뽑으면 신인만 세 명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기존 선수들이 은퇴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2라운드에서는 뽑을 만한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팀당 두 명은 뽑아야 한다”는 대학팀들과 “올해는 선수 자원이 없어 두 명 선발을 약속할 수 없다”는 프로팀들이 맞서면서 드래프트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멤돌았다. KBL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비해 8명의 경호요원들을 드래프트장, 거문고홀에 배치할 정도였다.

드래프트 시작 시간 오후 2시가 넘도록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드래프트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선수들이 드래프트장에 나타난 것은 약속된 시간 20분을 넘겨서였다. 대학 감독들이 KBL 역대 신인 드래프트 최저 선발 인원인 17명(2004년) 이상 선발 약속을 요구했고, KBL이 확답을 주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입장하지 않은 것. 결국 KBL 김동광 경기위원장이 10개 구단 단장들에게 대학 감독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 드래프트가 시작됐다.

그러나 드래프트가 진행되고 1라운드 지명이 한창일 때 갈등은 폭발하고 말았다. 1라운드 3순위로 동국대 출신의 가드 김종근을 뽑은 모비스가 다시 돌아온 8순위에서 지명을 포기하자 선수들이 일제히 자리를 뜬 것.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지난해와 재작년, 4명씩을 뽑았다. 올해 1라운드에서 2명을 뽑으면 기존 선수가 나가야하는 것은 물론 샐러리캡도 감당이 안된다”면서 “2라운드에서 한명을 더 뽑을 계획이었는데 당혹스럽다”며 보이콧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KBL 규정상 1라운드에 선발된 선수와는 계약기간 5년에 연봉 4,500만원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혼혈선수 드래프트로 인해 1라운드에서 두 번의 지명권을 가진 구단들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입장.

드래프트장에서의 보이콧은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05년 모비스가 캐나다 교포인 김효범을 전체 2순위로 지명하자 국내 대학 감독들이 반발, 보이콧한 적이 있다. 당시 KBL의 설득으로 재개된 드래프트에서 35명 참가선수 가운데 66%에 달하는 23명이 프로팀 지명을 받으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결국 드래프트 40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선수들과 대학 감독들은 KBL로부터 17명 이상 선발을 약속받은 뒤 20여분 만에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프로 구단들이 약속한 데로 42명의 참가선수 가운데 17명을 선발하면서 극에 달했던 갈등은 비로소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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